넉넉한 내부 공간, 편리한 편의사양, 다양한 시트 구성이 특징
대형 SUV 단점인 정숙성과 승차감 효과적으로 보완
1회 충전 주행거리,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532km
가격은 6715만원부터 7941만원…보조금 받을 시 6천 초중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곳. 살아보세요, 아이오닉 9”
현대자동차의 첫 전동화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아이오닉 9’의 광고 문구다. 아이오닉 9을 가장 함축적으로 잘 나타내는 설명이라 생각한다.
현대차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재정의하려 했다. 차량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활용성도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넉넉한 실내 공간, 편리한 편의사양,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춰 자동차를 집, 베이스캠프, 영화관, 천문대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하려 했다.
또한, 전기차이기 때문에 갖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 등 한계는 극복하고, 전기차인 덕분에 갖는 넓은 적재공간, 정숙성 등 장점은 부각시켰다.
현대차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부터 경기 양평군 한 카페까지 왕복 100km를 아이오닉 9로 달렸다.
주행 내내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정숙성과 승차감이었다. 대형 SUV는 일반적으로 차체가 크고 무거워 노면의 충격을 많이 받고 코너링 시 롤링(차체 기울어짐) 현상이 두드러지기 쉽다. 세단 대비 공기저항이 크기 때문에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광폭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노면 마찰음도 정숙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오닉 9은 이런 대형 SUV의 전형적인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했다. 이날 주행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급커브가 포함된 구간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지만, 서스펜션이 차체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유지했다. 코너링 시 차체의 좌우 롤링은 최소화됐고,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 역시 고급스럽게 걸러졌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일반적인 대형 SUV에서 흔히 느껴지는 1차 충격과 2차 출렁임(바운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서스펜션의 초기 충격 흡수 능력이 좋았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 또한 효과적으로 억제돼 고급 대형 세단에 가까운 정숙성을 구현했다.
실내 공간도 E-GMP 기반의 대형 전동화 SUV로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이란 회사 측의 설명에 걸맞게 만족스러웠다. 통상 좁아 대부분 아동만 탑승했던 3열도 성인이 앉을 만했다. 아이오닉 9의 크기는 전장 5060mm, 축간거리 313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다.
이날 짧은 시간 혼자 시승을 해 아쉽게도 운전석을 제외한 공간에서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전시된 차량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오닉 9의 백미는 시트 구성을 통해 가능한 다양한 공간 활용도다. 아이오닉 9은 6인승 3종, 7인승 1종 등 총 4종의 시트로 구성됐다. 폴딩은 기본으로 2열 시트는 180도 회전을 할 수 있는 스위블 시트로 여러 가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스위블 시트는 브랜드 전기차 최초로 적용됐다.
예를 들어, 2열과 3열을 마주 보게 배치하거나 3열을 접어 다리 받침대로 활용할 수 있다. 아니면 2열 시트를 90도 회전시켜 밖을 향해 앉을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시트 구성은 현대차가 내세우는 ‘따로, 또 같이’, 즉 각자의 방식대로 공간을 누리면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공존의 가치가 담겨있다.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도 특징이다. 최대 190mm까지 후방 이동이 가능하고 전방과 후방에서 모두 열 수 있는 양방향 멀티 콘솔을 적용해 1, 2열 탑승자 모두 편리하게 사용 가능하다.
전기차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도 개선했다. 아이오닉 9은 110.3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해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532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여기에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해 350킬로와트(kW)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100와트(W)의 USB C타입 충전 단자도 편리했다. 보통 차량은 27W로 스마트폰 정도만 충전이 가능하지만 아이오닉 9은 노트북, 전기 포트도 충전이 가능하다.
기존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단점도 보완했다. 우천 시 빗방울이 맺힌다는 기존 사이드미러의 단점을 보완해 카메라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변형했다. 또한, 일반 사이드미러와 같이 필요 시 폴딩을 하는 구조였지만 아이오닉 9은 차체와 가깝게 위치해 있어 폴딩이 필요 없어졌다.
대체로 만족스러운 시승이었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점은 외부 디자인이다. 다소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현대차 패밀리룩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끊김 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하학적인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을 적용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글 자음 ‘ㅁ’과 한국 전통 창호 창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픽셀 램프는 현대차 전기차의 상징이자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부르는 ‘일자 눈썹’, ‘로보캅’ 별명에서는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제는 단조로운 디자인이 투박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테일게이트 상단의 HMSL이 리어 램프와 이어지며 아치로 점등되는 것도 특이하긴 했지만 심미적으로 좋아보이진 않았다.
카카오맵이 호환되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대신 네이버 지도 앱은 정상 작동했다.
아이오닉 9의 판매 가격은 7인승 ▲익스클루시브 6715만원 ▲프레스티지 7315만원 ▲캘리그래피 7792만원이며 6인승 ▲익스클루시브 6903만원 ▲프레스티지 7464만원 ▲캘리그래피 7941만원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 익스클루시브 트림의 경우 국비 보조금과 지방비 보조금을 고려했을 때 6000만원 초중반대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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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점
-2열은 마주 보고 담소, 3열은 다리 뻗고… 운전석은 정자세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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