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웰빙, 이니바이오 지분 400억에 인수
필러와 스킨부스터 라인업에 보툴리눔 톡신 추가
“논쟁 없는 균주 출처와 순도 100% 제품력이 경쟁력”
GC녹십자가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전까지 필러 제품군만 갖추고 있었던 녹십자는 보툴리눔 톡신을 기반으로 든든한 캐시카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벽’도 뚜렷하다. 후발주자인 녹십자는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 등 기존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의 견고한 시장 점유율을 넘어야 한다.
GC녹십자웰빙은 지난 12일 비상장 에스테틱 기업인 ‘이니바이오’의 지분을 획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니바이오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이니보의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기업으로, 알려진 인수 가격은 약 400억원 규모다.
지난 2023년 에스테틱 사업부를 출범한 녹십자웰빙은 히알루론산(HA) 필러 ‘유스필’과 스킨부스터 ‘필로드’를 선보였으나 보툴리눔 톡신 라인업은 부재했다. 녹십자웰빙은 톡신 제제에 특화된 이니바이오 인수를 통해 에스테틱 사업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녹십자웰빙이 보툴리눔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단연 수익성이다. 대중에게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24년 12조원에서 2030년 약 31조원으로 2.5배 이상의 성장이 예고된다.
녹십자웰빙은 이번 인수를 글로벌 톡신 시장 진출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녹십자웰빙 관계자는 “이니바이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이 가능한 GMP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세계 7개 국가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 빠른 속도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녹십자웰빙은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 등 글로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중국은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임상 3상을 완료, 상반기 신약승인신청(NDA)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의 경우 연내 국가위생감시(ANVISA) 인증을 획득해 이르면 올해 말 첫 출하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대웅제약, 휴젤, 메디톡스로 대표되는 ‘빅 3’ 기업이 선제적으로 진입해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지난해 186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웅제약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나보타의 미국 점유율은 13%로 미용 시장 분야 매출 2위에 해당한다.
휴젤의 ‘보툴렉스’는 국내 최초로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3대 시장에 모두 진출한 톡신이다. 정확한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보툴렉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웰빙이 보툴리눔 톡신 판매에 기대를 거는 미국, 중국 등의 시장에 이미 국내 기업이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녹십자웰빙은 기존 보툴리눔 톡신 기업과의 차별화로 균주 출처 논란에서의 자유로움과 순도 100%의 제품력을 내걸었다.
실제로 지난 2017년부터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보툴리눔 균주의 출처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 분쟁을 벌여왔다. 휴젤 또한 메디톡스의 균주 도용 의혹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이니바이오의 이니보 균주는 스웨덴의 미생물 분양 기관이자 균주 은행 CCUG에서 도입해 해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 또한 앞서있다는 설명이다. 녹십자웰빙 관계자는 “이니바이오는 순도 100% 제품 생산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며 “보툴리눔 톡신 가운데 순도 100% 제품은 결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