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공연 매출액 2조4537억원...영화시장 보다 2590억원 높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연장과 영화관이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공연장이 ‘경험’과 ‘보복 소비’ 심리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과 달리 영화관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4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와 영화진흥위원회의 ‘202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시장 매출액은 약 1조4537억원, 영화시장 매출액은 약 1조1945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시장의 매출액 격차는 약 2590억원이다.
전년도인 2023년 공연시장 매출액은 1조2696억원으로, 영화시장 매출액 1조2614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는데 그 격차가 1년 만에 약 30배 넘게 커진 셈이다. 2023년 두 시장의 매출액 격차 82억원은 2019년 공연법 개정 후 KOPIS 동향분석보고서가 발간된 이래 처음이었다. 지난해 공연시장 매출액은 2023년보다 1725억원이나 늘었지만, 영화시장 매출액은 669억원 줄었다.
이 같은 공연, 영화 매출 역전 현상은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대중의 소비 트렌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기간 OTT가 극장 매출의 일부를 흡수하며 영화의 대체재로 자리 잡았지만, 콘서트·뮤지컬·연극 등 공연을 대체할 만한 콘텐츠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공연장에선 팬덤이 탄탄하고 젊은 층에 소구력이 강한 가수들의 콘서트, 스타 배우들을 출연시킨 뮤지컬·연극 등으로 관객을 끌어모으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공연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1200석 규모의 GS아트센터가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2022년에는 혜화동에 링크아트센터가 개관하기도 했다. 2022년 10월 마곡으로 이전한 LG아트센터 서울은 1년 만에 관객 40%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고, 2년 3개월 동안 약 65만명의 관객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시장의 호황과 영화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영화관을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움직임도 보인다. 공연사업과 영화사업을 동시에 진행 중인 롯데컬처웍스가 롯데시네마 최대 지점인 월드타워점의 일부 상영관을 닫고 샤롯데씨어터의 새 극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롯데월드몰 7층 상영관에 샤롯데씨어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해 공연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면서 “소극장으로 올 연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롯데씨어터는 2006년 10월 개관한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다. 신규 극장이 롯데월드몰 내에 개관하면 샤롯데씨어터 개관 후 19년 만의 두 번째 극장인 셈이다.
‘공연사업의 확장’이라곤 하지만 사실상 영화시장의 침체로 인한 실적 반등을 위한 계획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한 영화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회복될 거란 기대와 달리 3년여간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극장의 매출액, 관객수 등이 정체되어 있었다. 사실상 회복은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공연 콘텐츠를 영화관으로 끌어오는 등 돌파구를 찾았지만 매출 회복을 위한 본질적인 대안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 공연장의 증가, 공연 시장의 호황을 보는 시선도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 공연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시장이 회복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연계 역시 안주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최근 공연 매출이 높아지는데 반해 관객수에 있어선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늘어나고 작품이 많아진다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그보다는 관객들이 만족할 만한 작품, 높은 티켓 가격을 내고도 아깝지 않은 작품을 만들면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