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태일기념관·한국노총 방문
청년 간담회 진행하며 고충 청취도
중도 확장성 한계 우려 의식한 듯
노동 운동가 출신 지속 부각 전망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 출마 선언 후 전태일기념관과 한국노총을 첫 행선지로 택했다. 전태일기념관에선 청년들과 간담회도 진행했다. 그동안 탄핵 반대 등 보수 색채가 짙은 발언을 이어온 김 전 장관은 대선 본선에서 승리하기엔 중도 확장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일각의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동과 청년을 첫 키워드로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문수 전 장관은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튿날인 10일 오전 전태일기념관부터 찾아 전시관을 둘러봤다. 전태일기념관은 1970년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했던 고 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는 곳이다.
김 전 장관이 대선을 위한 첫 행선지로 전태일기념관을 고르면서 일각에선 중도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이날 전시관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과거 노동 운동을 시작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전태일 분신 사건이었다"며 "중도 확장을 염두에 두고 온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선에 출사표를 낸 상황인 만큼 중도 확장을 위해 노동 운동가 이미지를 상기 및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은 전태일 분신 사건 이후 한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는 등 노동운동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족적을 남긴 바 있다. 전태일기념사업회를 설립하고 초대 사무국장으로 지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전태일기념관을 둘러본 뒤 청년들과 간담회를 통해 아르바이트 부당 근로, 취업난 등 청년들의 고충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 간담회는 일회성이 아닌 대선 기간 동안 상시적으로 열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여 현실적인 공약을 마련할 전망이다.
청년 간담회 이후 김 전 장관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찾았다. 최응석 상임부위원장 등과 마주 앉은 김 전 장관은 "나와 내 아내가 한국노총에서 노조위원장을 했고 내 형님도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하고 처음으로 인사하러 왔다"고 방문 계기를 밝혔다. 전태일기념관에 이은 한국노총 방문을 통해 노동계 출신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는 관측이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한국노총 간부들과 "여러가지 현안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최근 미국 관세 때문에 미국으로 투자를 많이 해서 국내 일자리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민노총에 대해서는 "내가 오는 걸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며 당장은 방문 계획이 없다고 했다.
앞으로도 김 전 장관은 노동 인권 보장에 힘썼던 노동 운동가 출신임을 꾸준히 드러내며 중도층 사이에서의 지지도를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최근 각종 범보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지지층 중 강성 보수 비중이 높아, 경선 승리는 몰라도 대선 본선에서 과연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전날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나는 약자들을 위해 과거 혁명을 꿈꿨던 사람이다. 그러나 혁명은 더 큰 문제를 발생시켜 (보수)당에 입당을 했다"며, 오히려 자신은 (두 진영에 모두 있어봤기 때문에) 중도 확장성에 있어 잠재력이 있는 후보라고 자평했다.
이재명 대표와 달리 청렴하다는 점도 내세울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은 "내 스스로 깨끗해야 남 앞에 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부정한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3선 국회의원과 두 번의 경기도지사 재임과 장관직을 지냈지만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4평 국민주택 아파트 한 채와 약간의 예금이 전부"라고 밝혔다. 이어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이 대표를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