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무대 KTF전 24점...팀승리 주도
존재감에서 상대 압도 ´녹슬지 않아´
´아직 녹슬지 않았다!´
서울 삼성의 ´국보급 센터´ 서장훈(33·207cm)은 요즘 마음고생이 심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동안 팀이 9승6패라는 호성적을 올리자, 주위에서는 ´서장훈이 없어니 삼성이 잘 나간다´는 소리가 나돌았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팀에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부상으로 쓰러졌다. 고군분투했지만 집중견제를 당하는 서장훈으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30일 원주 동부전에서는 불의의 허리부상을 당하며 이후 5경기를 결장해야했다. 서장훈은 경기장 한쪽에서 우두커니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를 둘러싼 잡음은 좀처럼 끊이질 않았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서장훈은 지난 12일 부산 KTF전에서 복귀했다. 이날 경기에서 서장훈은 36분25초를 뛰며 24점·5리바운드·3어시스트를 올렸다. 특히, 패색이 짙던 4쿼터 종료 3.9초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극적인 동점 3점포를 터뜨리며 포효했다. 서장훈은 4쿼터에만 12점을 몰아넣었고 연장전에서도 득점은 없었지만, 자신에게 집중된 상대수비를 효과 적절히 이용하는 노련함을 발휘했다. 삼성이 단독 2위의 강호 KTF를 꺾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같은 서장훈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사실 올 시즌 서장훈은 데뷔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16.1점·야투성공률 47.4%는 데뷔 후 최악. 평균 5.8개의 리바운드도 데뷔 후 두 번째로 적은 수치. 이미 삼성의 중심도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을 기점으로 서장훈에게서 강혁으로 서서히 넘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팀에서는 서장훈을 필요로 한다. 서장훈의 존재감은 여전히 상대 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 최장신 서장훈이 코트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적이다.
KTF전에서 서장훈의 위력은 가감 없이 나타났다. 공격에서 서장훈은 내외곽을 오가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네이트 존슨과 득점 부담을 나누는 서장훈의 존재로 인해 올루미데 오예데지의 공격적인 약점이 커버되는 이중 효과를 낳았다.
서장훈의 외곽포도 삼성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골밑이 두껍지만 마땅한 슈터가 없는 팀 사정상 서장훈의 외곽슛은 삼성에게 중요한 공격 옵션이다. 게다가 서장훈에서 파생되는 공격루트는 나머지 선수들이 보다 활발히 공격할 수 있게끔 한다. KTF전에서 존슨이 연장전에서 10점을 몰아넣을 수 있었던 데에는 서장훈에게서 파생된 공격이 절반이었다.
KTF전은 서장훈의 녹슬지 않은 위력을 입증한 한판이었다. 그러나 단 한 경기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일. 팀에서는 여전히 서장훈을 필요로 하지만, 서장훈은 더 이상 예전처럼 확고한 팀의 중심만을 고집할 수 없는 처지다.
KTF전은 서장훈의 높이가 필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고 스피드가 빠른 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서장훈의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삼성은 높이뿐만 아니라 빠른 공수전환까지 갖춘 팀이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은 많이 변했다. 서장훈은 더 이상 확고부동한 중심이 아니다. 변화하는 주위 환경에 발맞춰 서장훈도 팀을 위한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서장훈이 주위에서 우려하는 만큼 녹슬지 않았다는 점. 여전히 서장훈은 국내 최고 빅맨의 위용을 잃지 않았다. 서장훈 본인도 향후 2~3년은 제 몫을 해낼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다만, 조력자로서 팀에 공헌한다는 마인드 변화만 따라준다면 서장훈의 활용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서장훈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삼성은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팀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