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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발 '기업 사정' 불똥튈라 숨죽이는 재계


입력 2017.12.05 10:19 수정 2017.12.05 10:46        이홍석 기자

효성그룹 검찰 고발 방침...비상장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재계, 전방위적인 재벌개혁 압박 우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데일리안
효성그룹 검찰 고발 방침...비상장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재계, 전방위적인 재벌개혁 압박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그룹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공정위발 기업사정 바람에 재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을 천명하고 나선 공정위가 효성에 이어 다른 기업들로 대상을 확대할 수 있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숨죽이는 모습이다.

공정위 발 재벌 개혁은 효성부터?

5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전날 효성그룹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을 챙긴 혐의(사익 편취)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마른침을 삼키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효성·효성투자개발 등 법인 2곳과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부장급 실무자 등 직원 2명도 함께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효성 총수일가가 그룹 내 부동산 개발 회사인 효성투자개발이 경영난을 겪고 있던 계열사 '갤럭시아 일렉트로닉스(갤럭시아)'를 부당 지원하면서 효성 일가가 사익을 편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 의결 기구인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지면 재벌 총수에 대해 공정위가 사익 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첫 사례가 된다.

검찰수사(조현준 회장)와 재판(조석래 명예회장)을 받고 있는 효성으로서는 이번 공정위의 검찰 고발로 압박 강도가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김양수)는 지난달 17일 마포 효성 그룹 본사와 납품업체,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이는 지난 2014년 조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인 조 회장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 임원들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한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전경.ⓒ공정거래위원회

긴장감 높아지는 재계...대기업 길들이기 우려
공정위가 효성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집단국이 만들어지며 기업들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허점들을 파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비상장계열사 지원 쪽에 문제가 없는 기업들도 다른 측면에서 걸릴 게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재벌 개혁을 명목으로 대기업들을 길들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신규 고용 확대, 중소기업 상생 등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기업 그룹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대한 ‘재벌 저승사자’ 역할을 자처한 공정위가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난달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그룹 전문경영인과의 정책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 의지에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한 것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과 롯데, SK 등 그룹과 계열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사정에 대한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회사 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의 탈세와 계열사 허위신고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SK의 경우, 평택 주한 미군기지 공사 비리 의혹으로 SK건설이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에는 SK건설 본사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건설(재건축 사업 수주비리)과 롯데홈쇼핑(제3자 뇌물수수) 등 계열사들도 다른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법인에서 개인까지 고발권 행사 확대 주목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개인 고발권을 행사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업 법인이나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실무자급 인사까지 고발 범위에 포함될 경우, 업무적으로 상당히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존에는 법인 정도만 고발하는 선에 그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총수 일가와 실무자급 인사들도 모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집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개혁의 취지에는 분명 공감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세제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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