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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와 승리 향한 인민재판이 정의일까


입력 2019.05.18 06:21 수정 2019.05.18 06:23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때 이른 단정보다 버닝썬 게이트 실체 수사 요구에 집중할 때

<하재근의 이슈분석> 때 이른 단정보다 버닝썬 게이트 실체 수사 요구에 집중할 때

외국인 투자자 일행에게 성매매 알선하고 클럽 버닝썬의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룹 빅뱅 전 멤버 가수 승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요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관련 기사엔 으레 악플이 달린다. 해당 가수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그저 YG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대상, 보이콧 대상이 된다. 최근엔 한 대학에서 YG 소속 가수가 축제에 섭외된 것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걸리고, 총학생회가 사과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승리 증오, YG 증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유는 승리가 버닝썬 게이트 몸통이고 YG 양현석 대표가 그 배후라는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대자보도 "클럽 내 강간, 성접대, 성매매 알선, 탈세, 비리, 경찰 유착, 마약 유통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소속사의 가수를 초청하는 행위는 현 시점에서 부적절하다"며 "클럽 강간 범죄 의혹의 근원지인 Y기업의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해주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 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며 YG를 규탄했다. 천하의 흉악범이며 버닝썬 게이트의 몸통인 승리를 구속하고 YG를 정조준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총학생회가 사과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대자보의 주장과 달리 YG는 버닝썬 게이트 관련 조사를 받는 게 아니다. 즉 ‘클럽 내 강간, 마약 유통, (버닝썬 관련) 경찰 유착’ 혐의점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YG를 버닝썬 게이트의 배후, ‘클럽 강간 범죄 의혹의 근원지’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승리도 버닝썬 게이트 관련 혐의를 받는 게 아니다. 승리는 지금 개인비리로 구속 영장이 신청됐다가 기각된 상태다. 경찰이 여론을 등에 업고 인민재판식 수사를 한 거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가능하다.

버닝썬 게이트의 진실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VIP 고객의 성범죄와 마약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고, 공권력과 단단히 유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를 몸통으로 ‘묻지마’ 지목해서 그들만을 표적으로 삼게 되면 진짜 몸통을 밝힐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래서 승리와 YG를 버닝썬 게이트 핵심으로 단정 하는 게 위험한 것이다.

수사는 생물이다. 결말을 미리 상정하면 안 된다. 처음부터 승리와 YG를 답으로 정해서 그들을 처벌하라고 할 게 아니라, 버닝썬 게이트 자체를 수사하다 누구 이름이 나오는지 어느 선까지 올라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에 가서 승리나 양현석 대표 이름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따질 일이지 지금부터 결론을 정하는 건 무리다.

최근 승리 구속이 기각된 것에 대해 ‘승리가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했다’고 하는데, 정의가 이겼는지 패배했는지 아직 알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승리를 구속하려면 횡령 혐의가 분명해야 하는데, 만약 경찰이 그것이 분명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승리 구속을 버닝썬 게이트 수사의 목적으로 여기며 인민재판식으로 밀어붙였다면 기각은 정의의 승리다. 무조건 ‘정의가 패배했다. 이게 나라냐’할 일이 아닌 것이다.

경찰, 언론, 대중이 모두 버닝썬 게이트 조사의 답을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로 성급하게 지목하는 바람에 버닝썬 게이트 진실의 문이 닫히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YG의 범죄가 확실하게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버닝썬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른 소속 가수들을 공격하는 것도 역시 성급하다. 지금은 때 이른 단정보다 버닝썬 게이트 실체 수사 요구에 집중할 단계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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