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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규제-4]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연금사회주의 넘어 관치경제로 회귀?


입력 2019.10.03 06:00 수정 2019.10.03 05:30        이홍석 기자

주주이익 극대화-주주 자본주의 구현 속 경영권 침해 우려

올해 주총서 성과와 한계 확인...향후 지속 강화될 전망

재계 "기업 압박·부담 증가에 정부의 사기업 지배 등 부작용 커"

주주이익 극대화-주주 자본주의 구현 속 경영권 침해 우려
올해 주총서 성과와 한계 확인...향후 지속 강화될 전망
재계 "기업 압박·부담 증가에 정부의 사기업 지배 등 부작용 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대기업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기업의 존재 목적 중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주주 이익 극대화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지난 1970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익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창한 이후 이러한 주주 자본주의는 기업 경영의 철칙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주주 자본주의의 측면에서 최근 새롭게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로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주로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주주권을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견제하는 데 행사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업 경영권을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란도 많다.

재계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침해 등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인한 부작용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주총서 위력 확인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벌써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 강화를 천명한 이후 처음 열리는 주총에서 보다 강력히 의결권을 행사했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켰다. 반대는 35.9%, 찬성은 64.1%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회사 정관에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적 측면이 반영되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제외하고 어느 회사의 다른 안건들에 대해서는 뜻을 이루지 못했고 자신들이 제안한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도 드러냈지만 기업들에게 명확한 존재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그동안 제왕적으로 이뤄져 온 대기업 총수의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낸 점과 대기업의 부당행위나 총수일가의 탈법행위가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각인시켰다는게 재계의 판단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가 오너 등 경영자가 행사하는 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들의 경영 위축, 연금사회주의 강화, 행동주의펀드 지원 악용 소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입김이 강하고 국내 대기업 보유 지분 비중이 많은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그 파급력이 더 큰 만큼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주요 경영사항을 의결할 때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게 되고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과거 관치경제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전경.ⓒ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 전경.ⓒ연합뉴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제한과 주주권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 규정이 마련하는 한편 공적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서 민간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는 방식으로 관치 우려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로 인해 주주권 행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예측할 수 없어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며 “이는 자칫 기업과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불가피…악용 소지 많아”

재계는 이러한 우려에도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5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의 내용이 담긴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정경제의 원칙이 국민생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총 7개 분야 23개의 구체적 개선과제를 제시했는데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의미하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원도 이 중 하나로 들어간 상태다.

정부의 공정경제를 구현하는데 앞장서게 되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후보자 시절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필요성을 천명하면서 연기금 뿐 아니라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조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주 친화적 경영문화를 확산시킬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중장기적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이를 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인 만큼 정부와 노동자가 세금에 기반한 연기금을 통해 사기업을 지배하는 구조의 ‘연금사회주의’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상적으로 기업의 가치향상을 통한 발전적인 방향으로만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기업을 압박과 지배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감시·견제와 경영간섭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주주권 행사로 인한 기업 경영권 침해 우려가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국민연금 등 정부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기관들과 같은 경우에는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경영권 행사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거래위원회 전경.ⓒ연합뉴스 공정위거래위원회 전경.ⓒ연합뉴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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