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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오정세 "세계 최고 만취 연기? 내 기준엔 부족"


입력 2019.11.30 10:03 수정 2019.12.01 11:42        부수정 기자

'동백꽃 필 무렵'서 노규태 역

"위안받고 힐링한 작품"

'동백꽃 필 무렵'서 노규태 역
"위안받고 힐링한 작품"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로 분해 사랑받았다.ⓒ프레인TPC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로 분해 사랑받았다.ⓒ프레인TPC

"작가님의 글 95%와 제 나름의 해석 5%가 만나 노규태가 탄생했어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등장만으로 웃겼던 노규태. 찌질한 것 같지만 한없이 귀여웠던 규태는 오정세(42)를 만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모든 인물이 반짝거렸지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규태였다. 찌질한 듯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규태 역의 오정세를 26일 서울 역삼동에서 만났다.

'동백꽃 필 무렵' 초반부터 큰 웃음을 담당해온 오정세는 후반으로 접어들며 귀여운 멜로와 조금씩 철이 드는 성장 서사까지 더해 작품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오정세는 "만나기 쉬운 작품이 아니라서 너무 아쉽다"며 "행복한 마음을 간직하려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옹산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사람은 사람이 구원해줄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9.7%-23.8%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성적이다.

'동백꽃'의 인기 비결을 묻자 "자연스러운 감동과 웃음을 주려는 게 주효했다. 억지 감동과 슬픔이 없었다"고 말했다.

높은 시청률에 대해선 "내 행복지수와 크게 차이가 없다"며 "행복, 감동, 유머가 이야기에 다 들어있었다. 최근에 전철을 탔는데 지하철에서 많은 분이 '동백꽃'을 시청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웃었다.

규태는 등장만으로 큰 웃음을 줬다. 배우는 시나리오 속 노규태를 대본대로 연기하려 애썼다. 95%의 규태가 대본 속에 있었고 남은 5%에만 자기만의 해석을 넣었다. "규태의 매력보다 작품의 매력이 정말 컸어요. 초반에 규태가 동백이를 괴롭히는데,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작가님께서 규태는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규태를 좋은 사람으로 그리려고 했죠."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로 분해 사랑받았다.ⓒ프레인TPC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로 분해 사랑받았다.ⓒ프레인TPC

규태는 2% 부족하고, 외로운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외로운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단다. 규태의 방에 외로움에 관한 서적을 넣는 등 패션에도 신경 썼다.

정신과 상담받으러 갈 때 뒤집은 양말을 신고 갔다. 명품 셔츠 같이 보이는데, 실밥이 나와 있는 듯하게 표현하는 식이다. 완벽해 보이지 않은 인물로, 친근하게 구현한 것이다.

'동백꽃'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이 빛났다.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배우는 "특히 이번 드라마가 그랬다. 지나가는 한 명, 소외된 한 사람도 놓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정세는 대사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아내 자영이 등장했던 화제의 장면인 '드리프트를 타떠'도 대본에 있었다. 경찰서 취조실에서 했던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는 대사는 배우가 추가했다. 동백이를 통해 성장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마지막회 멜빵 키스 신은 애드리브였단다.

만취 연기는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오정세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며 겸손한 답을 내놨다. "예전에 '우리 선희'에서 이선균 선배가 술 취한 연기를 한 적 있는데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못 미쳐서 아쉬워요(웃음)."

그는 좋은 연기를 위해 "규태를 비롯해 용식이, 동백이 OST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어떤 노래냐고 물었더니 '인디밴드' 정우의 곡을 들려줬다.

아내 염혜란과 케미는 최고였다. 10년 전에 연극무대에서 만났다가 이번에 드라마에서 재회했다. 서로 불편한 분위기 없이 잘 받아줬다. 오정세는 "염혜란 씨는 의외로 여린 배우"라며 "강단도 있다"고 칭찬했다.

'향미' 손담비에겐 박수를 치고 싶단다. "배우들 모두 자기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어요. 근데 담비 씨는 힘들어도 건강하게 이겨냈어요."

'동백이' 공효진과 호흡도 좋았다. 마지막회를 보고 공효진이 오정세의 다독이며 위로해줬다. 정말 '동백이' 같았단다.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로 분해 사랑받았다.ⓒ프레인TPC 배우 오정세는 최근 종영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로 분해 사랑받았다.ⓒ프레인TPC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한 오정세는 단역, 조연 상관 없이 90여편에 가까운 작품에 출연했다. '남자사용설명서'(2013)로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조작된 도시'(2017)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천만 영화 '극한직업'(2018)에서 테드 창 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남자사용설명서'다. 자신이 주연으로 나선 것자체가 위험 부담이 컸다. 도전한 이 작품에서 그는 만개한 연기력을 뽐냈다. 관객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오랜 시간 꾸준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이번 작품에서 터뜨렸다. 특히 올해는 '극한직업'의 흥행에 이어 뜻깊은 성과를 내놨다. "'극한직업'은 보너스 같은 작품이에요. 적은 분량이었지만, 큰 사랑을 받았어요. '동백꽃'은 시청률도 좋았지만 웬메이드 작품이기도 해서 뿌듯해요. 위안받고 힐링하며 찍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인기와 대중성도 얻은 그는 "누군가가 이번 작품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로서는 어떤 특별한 색깔을 내지 않으려 한다. 여성 캐릭터도 오케이다. 매력적인 역할이라면 성별 상관 없이 캐릭터를 택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안면인식장애와 무대와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한 적 있다. 두려움이 있는데도 20년간 연기를 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비결을 물었다. "그냥 부딪쳤어요. 저는 결혼식 사회도 못 봐요. 너무 떨려서. 하하. 근데 그냥 마주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쌓인 20년간 경험치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런 두려움 때문에 작품에 들어갈 때 좀 더 촘촘하게 준비한다. 지금의 오정세가 탄생한 비결이다.

차기작은 SBS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다. 규태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터라 부담감도 느낄 법하다. "'동백꽃'처럼 항상 올라가진 않을 거예요. 잘 안 될 때도 있죠.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화살 맞으면서 가던 길 가려고요. 화살이 아플 때도 있겠죠. 그래도 철저하게 준비해서 쓰러지지 않으려 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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