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에 휘둘리는 LG…KBO리그 슬픈 현실
오지환 계약 난항 겪자 LG 구단에 백기투항
선수층 두텁지 못해 주전 선수들에게 끌려가
오락가락하는 선수 마음에 그야말로 구단이 휘둘리는 모습이다.
FA 자격을 얻은 오지환이 원소속팀 LG에 잔류할 전망이다. 오지환 측은 LG 구단에 자신의 계약과 관련해 백지위임한다는 뜻을 밝혔고, 차명석 단장이 화답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KBO리그는 단장 주도 하에 팀을 꾸려가는 방식의 팀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단이 롯데다.
롯데는 성민규 신임 단장이 치밀한 전략과 객관적인 분석으로 가장 큰 구멍이었던 포수를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군필 1루수 자원인 김주현까지 함께 데려오며 노쇠한 채태인과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한화도 정민철 단장이 FA 정우람을 잔류시키면서 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정우람의 경우 성공적인 1차 FA 기간(4년)을 보냈으나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정 단장은 적정 액수라 평가 받는 39억 원을 안기며 별다른 잡음 없이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오지환 1명만 바라보고 있는 LG는 이들 두 구단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차명석 단장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 “오지환을 데려가려면 50억 원 이상 써야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물론 보상금액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실제 제시될 금액은 40억 안팎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발언은 오지환 측에 ‘50억’이라는 선명한 기준점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에이전트 측이 6년 계약을 제시했다고 밝혔고, 이 과정에서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100억 계약설’이 풍문으로 떠돌기도 했다.
여론은 선수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가득 찼다. 결국 오지환 측도 이를 감지한 듯 백지위임을 최후의 협상카드로 꺼내들며 블러핑(거짓 베팅)이 통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말았다.
사실 LG 구단이 끌려갈 이유가 전혀 없는 양 측의 계약 협상이다. 무엇보다 오지환은 타 구단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오지 않은, 말 그대로 수요가 없는 자원이라 얼마든지 가격을 깎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차명석 단장은 백기투항한 오지환에 “최대한 예우를 다하겠다”며 오히려 또 끌려가는 인상을 주고 있다. 냉정하게 선수들을 평가했던 롯데, 한화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팀 성적을 좌지우지할 특급도 아닌, 주전 선수급에 휘둘리는 모습은 LG를 넘어 KBO리그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선수가 떠날 경우 그 공백을 메울 플랜B가 마땅치 않다는 점은 대부분의 구단들이 갖고 있는 고민거리다. 따라서 주전급 이상 되는 선수들은 리그의 시장 규모, 개인 기량을 뛰어넘는 특급 대우로 이어졌고 이는 최근까지 지속됐던 FA 몸값 거품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여기에 포지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외부 선수를 영입했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포수로서 125억 원의 계약을 이끌어낸 NC 양의지와 투수 역대 최고 기록을 보유 중인 LG 차우찬(발표액 95억 원)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선수 이탈에도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팀은 선수층이 두터운 ‘화수분’ 두산과 육성에 일가견 있는 키움 정도뿐이다.
이들 두 구단은 FA 또는 해외 진출로 주력 선수들의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공백을 메울 새 얼굴들이 금세 등장했고 팀 성적 역시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선수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있다.
반면, LG와 KIA, 롯데는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고 이로 인해 매년 큰 투자를 하고 있음에도 성적이 상, 하위권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올해에는 주전급 선수가 FA로 풀렸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까지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는 ‘엘롯기’ 3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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