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자 회동 알려져...적과의 동침 현실화되나
“모든 주체와 협의 열려 있어‘...조원태, 경영권 방어책 고심
한진그룹 오너가 남매간 갈등 속에서 반도건설의 경영 참여 선언으로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해진 가운데 태풍의 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만남을 가지고 연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공동전선 구축 현실화로 인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층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측은 최근 3자 회동을 갖고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측은 이번 만남에 대해 모든 주주 당사자들과의 협의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모든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다"며 "아직 당사자들과 협의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누구와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번 만남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다뤄질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형 주주들간이라는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만남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의 화해 시도를 접었다기 보다는 다른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조 전 부사장이 여러 선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부사장간 3자 연대 가능성은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계에서는 KCGI가 한진 총수 일가의 경영 행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데다가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갖고 있는 호텔 사업에 대해서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연대 현실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하며 '남매의 난'이 불거졌을 때도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KCGI는 작년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 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총수 일가를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KCGI는 한진그룹이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호텔 사업 부문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온 터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호텔 사업을 이끌어 왔던 조 전 부사장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만무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나리오인 3자 연대가 현실로 이뤄질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수 밖에 없다. 이미 KCGI는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 지분율을 17.29%로 끌어올리면 단일지분으로는 최대주주다. 반도건설은 최근 경영 참가를 전격 선언하며 한진칼 지분을 8.28%(의결권 유효 기준 8.20%)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이 합류하면 3자의 지분율은 31.98%가 돼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 지분(22.45%)와 그룹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의 지분 10.00%를 합산한 32.45%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이 경우 양측의 차이가 불과 0.47%포인트에 불과한 데다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총에서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가 일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총수일가를 비판해 온 KCGI와 손을 잡는 것은 서로 그동안 견지해 온 스탠스와는 다른, 다소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될 것"이라면서도 "실제 연대가 이뤄지면 주총에서의 표 대결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