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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탄발언에 車업계 미국·유럽 판매 비상


입력 2020.03.15 05:00 수정 2020.03.14 21: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현대·기아차, 중국 부진 속 선진시장 믿었는데…6년째 목표달성 좌절 우려

한국GM·르노삼성, 트레일블레이저·XM3 미국·유럽 수출물량 '빨간불'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경기도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 입국금지 조치로 미국과 유럽 경제가 혼란에 빠지며 이들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업계도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판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의 인적교류를 끊겠다고 발표하며 세계 경제와 주요 산업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책 발표가 이뤄진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는 폭락했고, 한국 역시 이튿날 개장 직후부터 코스닥과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 정지)와 사이드카(매도호가 효력 일시 정지)가 각각 발동됐다.


‘세계대공황’이 언급될 정도로 전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며 주요 업종의 소비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생필품이 아닌데다 가격이 높은 소비재인 자동차 수요 급락이 우려되고 있다. 파장의 진원지인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자동차 업계에 심각한 불확실성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中 회복 요원 속 美·유럽 돌출악재에 '비상'


국내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442만6000대 중 88만1000대를 미국에서, 58만대를 유럽에서 팔았다. 전체에서 비중이 33.0%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과 중남미, 인도 등 개도국 시장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서도 북미 판매가 1.0% 증가하고 유럽 판매는 감소 폭을 최소화(1.5%)하면서 전체 실적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었다.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해 판매량 277만2000대 중 미국 판매가 61만3000대, 유럽 판매가 52만1000대로, 두 지역 비중이 40.9%에 달했다.


중국과 중남미 등에서 감소폭이 컸으나 미국에서 3.9%, 유럽에서 3.3% 증가하며 전체 실적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올해도 큰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운 가운데, 그나마 판매가 양호하던 미국과 유럽에서마저 큰 악재가 돌출되며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목표 달성도 요원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전년 대비 4.8% 증가한 753만6000대로 설정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2015년부터 이어진 판매목표 달성 실패 기록이 6년 연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는 다양한 신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판매 호조를 이어갈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이들 시장이 침체된다면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XM3.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한국GM·르노삼성 먹여 살릴 신차 수출 '빨간불'


미국과 유럽에 본사를 둔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같은 형편이다. 이들은 각각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의 판매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내 생산 차량을 수출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시장이 부진에 빠진다면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GM의 경우 최근 출시한 글로벌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 차의 주력 시장은 미국이다. 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상반기 중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으로, 한국GM은 이에 대비한 초기 재고물량 확보를 위해 전체 생산량의 80% 이상을 미국행 배에 선적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미국-유럽간 인적교류 단절로 미국 시장이 침체에 빠진다면 GM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를 늦추거나 출시를 해도 초기 판매 붐을 일으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연히 한국GM의 수출 물량도 줄어들게 된다.


르노삼성은 올해 미국 판매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XM3 유럽 판매물량 확보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유럽시장 침체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르노가 XM3의 유럽 출시를 재검토할 우려가 크다.


쌍용자동차도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을 만회하기 위해 유럽시장 공략에 전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큰 악재를 맞았다.


쌍용차는 지난 1월 벨기에 브뤼셀 모터쇼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 오토쇼 등 유럽 주요 시장 모터쇼 참가를 통해 마케팅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코란도 M/T(수동변속기) 모델 출시를 통해 틈새시장 공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뼈아픈 악재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을 지켜봐야겠지만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폭이 당초 예상치인 2.5%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올해는 신차 사이클상 국내 업체들의 신차 출시 시기가 몰린 호기인데 코로나19 악재가 터져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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