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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워크맨' 구독자수 급감…논란 극복 쉽지 않다


입력 2020.03.18 08:55 수정 2020.03.18 08:58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논란 후 5일 만에 19만명 구독 취소

유명 유튜버 논란 후 회복 사례 드물어

인기 유튜브 채널 '워크맨' 캡처.

JTBC가 보유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 레이블 룰루랄라 스튜디오의 인기 웹 예능 '워크맨'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12일 유튜브 구독자수가 400만 명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11일 공개된 42회 방송 '부업' 편이 일베 논란에 휩싸이면서 5일 만에 무려 19만 명이 빠져나갔다.


지금도 하루 1~2만 명이 구독 취소를 할 만큼, 후폭풍이 거세다. '워크맨'은 '부업' 편에서 '18개 노무(勞務) 시작'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노무'란 단어가 극우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일베)'에서 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룰루랄라 측은 "'노무'라는 자막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합의나 불순한 의도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으며, '워크맨' 제작진은 '일베'라는 특정 커뮤니티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고동완 PD 또한 17일 입장문을 통해 "평소 언어유희를 즐겨 사용하던 자막 스킬의 연장선으로 '18(욕) 개놈의 (잔업) 시작'의 의미로 해당 언어를 사용했다"며 "비하 표현으로 오해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워크맨'이 일베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복되는 실수에 누적된 시청자들의 불만과 피로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워크맨'은 지난 33화 '스키장' 편에서 게임의 부스터 아이템 'N20'을 넣을 자리에 'NO2'를 넣은 것을 두고 일베에서 흔히 하는 장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리와인드 2019'년 영상에서도 장성규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전화 통화하는 장면에서 '노알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의심을 받았다. 일베에서 주로 사용하는 '노알라(노무현+코알라)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제작진이 의도를 갖고 특정 단어나 장면을 사용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논란이 반복됐다면 그만큼 더 꼼꼼하고 세세한 점검이 필요했다. 이를 '몰랐다'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그만큼 '워크맨'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잃어버린 신뢰를 빨리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이 일베 논란에 휩싸인 경우, 대부분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은 '워크맨'의 힘겨운 앞날을 예감케 한다.


일부 정치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는 일부러 논쟁거리를 부각해 특정 세력을 결집하기도 하지만 예능이나 뷰티, IT 등을 다루는 채널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경우는 치명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려 7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던 한 유명 유튜버는 과거 일베에서 활동한 회원이라는 증거가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일베 회원임을 부인했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결국 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채널은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그는 2년째 자숙의 시간을 지속하고 있다.


세월호와 천안함을 조롱하는 등 일베 활동으로 논란이 된 또 다른 유튜브 채널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사죄했지만, 누리꾼들의 용서를 끝내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테크 유튜버는 끊임없는 악플에 시달린 끝에 장시간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유튜브 채널은 보통 IT, 스포츠, 영화, 스포츠 등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이에 따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구독자들이 몰려들게 된다. 하지만 단순한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특정 세력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행위가 드러나면 순식간에 구독자의 '적'이 된다.


구독 취소는 물론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악플은 해당 채널의 운영 자체를 힘들게 한다. 특히 한번 미움을 산 유튜브 채널에 대해선 '혐오스러운 콘텐츠' '유해한 위험 행위' '자막 문제' 등에 대한 신고가 쏟아져 수익 창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워크맨'은 거대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채널인 데다, 여전히 높은 구독자수를 지닌 버리기 아까운 카드임이 분명하다. 과연 '워크맨'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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