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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⑬] 전성혜 “‘브로드웨이 42번가’ 로레인, 저와 매우 닮았어요”


입력 2020.06.26 14:06 수정 2020.08.07 14: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6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공연

전성혜 "'브로드웨이 42번가', 뮤지컬 배우 꿈꾸는 이들이 꼭 봐야할 작품"

ⓒCJ ENM

전성혜는 천생 뮤지컬 배우다. 어릴 적부터 시작된 무대에 대한 열정을 지금까지 이어오면서도 단 한 번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마음은 늘 무대에 있었다. “무대에 올랐을 때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그의 말이 더 깊이 와 닿는 이유다.


뮤지컬 ‘아이다’ ‘킹아더’ ‘프랑켄슈타인’ ‘애드거 앨런 포’ 등은 물론 드라마 ‘황후의 품격’, 오페라 뮤지컬 ‘라트라비아타’ ‘모세’ ‘진주조개잡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현재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로레인 역으로 참여하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동명의 영화(1933)를 원작으로 한다. 1980년 미국 뉴욕 윈터극장에서 초연돼 그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과 안무상을 수상했으며 현재까지 5000회 이상 공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초연된 후 24년간 꾸준히 관객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에 대한 꿈과 희망, 그리고 애정이 작품의 곳곳에 깊이 배어 있다. 그래서 같은 꿈을 품고 있는 전성혜도 이 작품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이들이 꼭 봐야할 작품”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 작품은 배우들을 위한 뮤지컬일 지도 모른다.


ⓒCJ ENM

- 어릴 적 꿈이 뮤지컬 배우였나요?


저는 걸음마를 배우자마자 어디에서든 노래만 나오면 장소를 마다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고 부모님께 들었습니다. 또 유치원생, 초등학생일 때 학예회나 재롱잔치에서 늘 무대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즐겼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는 ‘가수’라고 적기도 했고요.


- 가수였던 꿈이 어떻게 뮤지컬 배우로 변한 건가요?


초등학교 때부터 스포츠댄스를 전공해서 전국대회도 여러 번 나가보았고 그 이후에는 발레수업들로 기초를 다지고 현대무용을 전공으로 계원예술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를 졸업한 후, 무용(춤)적으로는 많은 무대를 서보았지만 늘 마음속에 아쉬움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자신 있는 춤 이외에 이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는 노래 연기를 함께 표현 할 수 있는 무대를 서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고민하고 생각 끝에 종합예술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그게 뮤지컬이었고 그 이후로 ‘난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저는 늘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은 조금 달랐어요. 오디션이 올라와야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또 그 오디션에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했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렵고 또 험난했고, 원하는 시기에 상황들이 맞아주지 않아서 좌절도 했죠.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자책에 빠지기도 했고요.


-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어머니 덕분이죠. “사람은 진중함이 있어야 한다. 한 우물을 파는 사람만이 어느 위치에서든 성공할 수 있고 정말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은 날 내 자신이 제일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어떠한 힘듦과 어려움이 와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무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슬럼프도 슬기롭게 잘 이겨내자고 다짐했습니다.


- 덕분에 지금의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에도 오를 수 있었죠. 어떻게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나요?


지금까지 당연하게 해왔던 무용 춤 연기 노래가 아닌 새로운 무언가(탭 댄스)를 배우고 또 도전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껴서 작품에 함께 하게 됐습니다.


- 로레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캐릭터 자랑 한 번 해주세요.


감히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저희와 같이 무대에 열정을 갖은 분들이라면 꼭 봐야만 하는, 그리고 꼭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한 작품이에요. 극중 제가 맡은 로레인은 주인공인 페기의 친구들 중 한 명인데, 꽤나 당차고 또 포부가 강한 페기를 마음으로 넘치게 응원하는 그런 소중한 친구역할입니다.


사실 로레인이라는 친구는 제 자신 ‘전성혜’라는 사람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대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당당하고 또 적극적이고 강한 느낌을 표현 할 수 있는 대사와 몸짓이 제가 표현 할 수 있는 강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싶으세요.


언제 어디서든, 어느 작품에서든 늘 최선을 다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그런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배우로 인식되고 싶어요.


ⓒCJ ENM

- 데뷔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뮤지컬 ‘아이다’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시점에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아이다’였거든요. 사실 그 전에는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 뿐이었는데, ‘아이다’를 본 이후로 ‘아 이게 정말 내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무대 위에 서있을 미래의 제 모습을 상상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에게 그렇게 의미가 깊었던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마지막 버전이었던 ‘그랜드 피날레 아이다’로 함께 했으니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 ‘아이다’로는 앙상블상도 수상했죠.


맞아요. ‘아이다’라는 작품은 제게 있어서 생각의 전환점이 되어준 고마운 작품이었고 그 작품을 피날레로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앙상블 상을 수상 하였을 때 그 감동과 의미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에요. 모든 앙상블 배우들 모두가 같이 흘린 땀과 열정으로 받은 상이었기에 더욱이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의미로 남은 것 같습니다.


- 앙상블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아요.


그럼요. 모든 작품에서 앙상블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사실 생각 그 이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배우 분들도 그렇겠지만 앙상블들은 더욱이 원 캐스트라서 나를 대신해줄 누군가가 없어요. 그만큼 연습 때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몸 관리, 목 관리를 스스로 하지만, 컨디션이 내 마음과 같이 안 따라 줄 때가 있잖아요. 누구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그 고통을 참으면서 작품과 공연에 임해야 할 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 앙상블 배우가 뮤지컬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극을 이끌어가고 전체적인 작품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아주시는 주연 배우 분들이 계시지만 그 작품이 더 웅장하고 더 많은 객석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또 마음을 울리는 건 수많은 앙상블 배우들과의 호흡과 에너지가 있기에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품 속 앙상블 배우들은 무더운 여름에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바람과도 같은 존재죠.


- 앙상블 배우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와 같은 꿈을 꾸고, 또 우리와 같은 열정적인 마음으로 무대를 꿈꾸는 학생 제자들이 ‘저도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씩 배우고 경험하면서 꿈을 이루고 싶어요’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너무 보람을 느꼈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앙상블 배우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 편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하지만 편견이 있는 분들이 간혹 있는 게 현실이에요. 꼭 바뀌어야 할 편견이죠. ‘앙상블’ 우리 모두 한 줄의 대사, 한 마디의 노래에도 땀과 열정을 쏟는 ‘배우’니까요.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공연계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무대를 서야 살아있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저희 모두는 이번 시기가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어 더욱 걱정이 큰 요즘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갖고 있는 아직 펼치지 못한 탐스러운 열정들을 더 농익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오래지 않아 좋아질 것이고 많은 무대들이 올라올 거라고 믿어요.


- 올해 목표를 들어볼까요?


일단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건강하게 올리고, 매회 행복하게 공연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목표에요. 넓게 보자면, 오래도록 지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열정으로 더 많은 무대와 작품에 임하고 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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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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