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국제유가 하락·석유제품 수요 저조 전망
정유사, 4분기 가동률 하향 조정 및 부채 감축 방안 고심
정유업계가 겨울철 성수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 실적 한파에 직면할 전망이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휘발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3분기 재고평가이익 효과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정유사들은 4분기에는 정제마진과 석유제품 판매량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춥고 긴 겨울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4분기 국제유가 하락, 낮은 정제마진, 저조한 정유설비 가동률로 인해 별다른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유사들은 연초부터 떨어진 유가가 더 하락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전세계적으로 봉쇄조치가 잇따르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4분기에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하락세인 국제유가는 정유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국제유가는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올해 2분기 평균 28달러에서 3분기 40.92달러로 올라섰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국 대선 등의 여파로 4분기 현재 30달러 중후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평균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58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보다 0.34달러 보다 상승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정제마진으로는 팔수록 손해가 생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월 평균 기준 올해 3월까지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락하면서 7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10월에는 플러스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수익성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이 같은 악재에 국내 정유 4사는 올 상반기 5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흑자전환을 기대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290억원의 영업손실을, 에쓰오일은 93억원의 영업적자를 맛봐야 했다.
그나마 3분기 국제유가가 2분기 보다 반등하면서 저유가일 때 구입한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올라 상반기보다는 적자폭을 줄일 수 있었다. 유일하게 흑자(352억원)를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GS칼텍스는 다음주 실적을 발표한다.
글로벌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엑슨모빌도 3분기 순손실 6억8000만달러를 기록, 재무개선을 위해 내년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부채를 줄이기 위해 런던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중이다.
4분기 역시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국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0일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의 경우 시황악화 지속으로 원유정제시설(CDU) 가동률을 추가적으로 감축하고 있다"면서 "3분기 가동률이 72% 수준으로 4분기는 이 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업황 회복을 예상하며 설비가동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뒀으나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정유설비 가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반면 에쓰오일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 정제마진 추세를 시황 회복 시그널로 보고 가동률을 최대치로 두겠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들의 가동률 추이는 1월 83.8%를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코로나19 여파로 4월 74%대로 떨어진 가동률은 9월 72%까지 하락했다. 정유사들이 시황에 따라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면 이 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동률은 정유사들의 판매실적과 직결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원료투입량을 조절하거나 예정된 정기보수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방식으로 정유사들이 대응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원료용으로 투입되는 중유에 대해 조건부 면세를 추진하는 등 정유업계를 살리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