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선매 나서는 국가 늘면서 물량 확보 어려울 수도
정부, 뒤늦게 코로나19 백신도입자문위 열고 논의
세계 각국이 화이자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뒤늦게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최근 임상 3상 중간결과를 공개하면서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연말까지 백신 5000만회 접종 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명이 두 번씩 맞아야 예방효과가 생기는 점을 감안하면 25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양이다.
화이자의 백신이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3억회 분량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보건당국도 이달 말부터 매달 2000만회 분량의 화이자 백신을 공급받을 것이라면서 이르면 내년 3월 말에는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량 확보도 확보지만 얼마에 가져오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을 39달러(약 4만3000원)에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 역시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백신을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미국이 선점해둔 백신…우리 국민 접종할 수 있나
이미 유럽, 미국과 막대한 양의 선구매 계약을 맺은 화이자로부터 우리 국민이 접종할 만한 분량의 백신을 구매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 9월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통해 국민 60%가 접종할 만한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화이자와 계약을 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백신 공동구매 네트워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와 화이자 양쪽에서 백신을 확보할 방침이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백신 1000만명 분을, 화이자와는 개별 협상을 통해 2000만명 분을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오늘 저녁 백신 구매와 관련한 '코로나19 백신 도입 자문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며 "화이자와 선구매 관련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화이자 백신 외에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존슨의 백신들도 속도를 내고 있어 개발 성공 시 내년 3월 안에 여러 종류의 백신들이 추가로 출시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이들 기업들과의 백신 확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윤 반장은 백신 계약 시점에 대해 "최종적인 선계약 시점이 언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면서 "코백스를 통한 백신 확보, 화이자를 비롯해 (임상) 3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있는 제약회사들과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백신 선구매 성공한다 해도 엄격한 유통관리 가능할까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이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설령 선입금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하고 되도록 많은 양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고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선구매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어느 정도 물량 확보는 가능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핵심 성분은 mRNA로, 매우 불안정하며 효소 등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물질이다. 백신의 변질을 막으려면 영하 70도 이하 환경에서 보관해야 한다. 제품 생산부터 접종까지 모든 과정에 특수장비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수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화이자 백신을 보관하기 위한 초저온보관시설 테스트에 이미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보관시설이나 콜드체인 시스템 점검 등 백신 관리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이자의 백신은 mRNA를 이용한 백신으로 독감백신과 같은 사백신이 아니다"면서 "독감백신도 상온에 노출하는 등 관리 부실이 드러났는데 더 까다로운 화이자 백신을 유통하고 보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