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500대 기업 수·매출액·매출비중 모두 감소
기업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 맞게 개선…경쟁력 제고 필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규제를 완화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나서야 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20 포천 글로벌 500(2020 Fortune Global 500)’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의 글로벌 기업 수, 매출, 매출비중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일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2020년 포춘 글로벌 500에 포함된 기업 수는 중국이 5개 늘었고 일본은 1개가 늘었다. 미국 역시 변동이 없는 가운데 한국은 2개가 감소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포춘 글로벌 500 순위 하락도 두드러졌다. 14개사 중 10개사가 순위 하락했고, 순위가 상승한 기업 수는 4개사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삼성전자(2019년 15위→ 2020년 19위), ▲SK(주)(73위→ 97위), ▲포스코(171위→ 194위), ▲LG전자(185위→ 207위), ▲한국전력(193위→ 227위) 등이었다. ▲SK하이닉스(2019년 335위), ▲LG화학(2019년 490위)은 2019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됐으나, 2020년에는 제외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경쟁사인 애플에 순위 역전(애플 9위, 삼성전자 13위)을 허용한 이후 2020년 현재 순위 격차가 7단계(애플 12위, 삼성전자 19위)로 크게 벌어진 상황이다.
포스코도 2017년 주요 경쟁사 중 2위 자리를 바오우(중국)에 뺏긴 후 2020년 현재 3위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4위인 니폰스틸(일본)과 격차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 3위 수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별 매출 합계 측면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전년 대비 증가했고 일본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한국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 기업의 매출은 2019년 9094억2000만 달러에서 2020년 8004억1000만 달러로 12.0% 감소했다. 미국은 2019년 9조 4024억8000만 억 달러에서 2020년 9조8063억 달러로 4.3% 증가했고, 중국도 7조9149억1000만 달러에서 8조2949억3000만 달러로 4.8% 증가했다.
매출 비중은 한국과 일본만 감소했는데 한국의 감소폭(△0.4%p)이 일본(△0.2%p)의 두 배에 달했다.
한국 기업의 매출이 글로벌 500대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2.8%에서 2020년 2.4%로 0.4%p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28.8%→ 29.5%)과 중국(24.2%→ 24.9%)은 각각 0.7%p씩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9.6%에서 9.4%로 0.2%p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등을 개선해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년 대비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4개사로 ▲현대차(94위→ 84위), ▲현대모비스(393위→ 385위), ▲KB금융(434위→ 426위), ▲CJ(463위→ 437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