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정유사 가동률 아직도 70% 초반
변이 바이러스에 불확실성 높아져…수출 회복은 '긍정적'
올해 반환점을 돈 정유업계가 아직도 70% 초반 수준의 공장 가동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델타 변이를 주종으로 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반기 수요 회복도 가늠하기 힘들어진 모습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 제품 수요 반등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항공유 및 차량용 연료를 중심으로 수출량이 늘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7월 평균 가동률은 73.8%로 전년 동기 74.97% 보다 1.17%p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7월 평균 가동률(82.83%)과 비교하면 격차(7.86%p)는 더 벌어진다.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사들은 수요 부진에 정제설비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석유 제품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지난해 1~7월 석유 제품 생산량은 6억8893만4000배럴(bbl)이었으나 올해 1~7월엔 이 보다 4.0% 적은 6억6108만배럴에 머물고 있다.
전체 생산량은 줄었지만 석유 제품 소비량과 수출량은 차량용 연료를 중심으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월 국내 석유 제품 소비량은 7937만7000배럴로 전년 동월 보다 8.8% 증가했다. 제품 소비량은 6월부터 2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차량용 연료인 휘발유(가솔린), 경유(디젤)의 7월 소비량은 전년 동월 보다 각각 1.9%, 2.5% 증가하며 전체 소비량을 견인했다. 이들 경질유가 전체 석유제품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7%다.
반면 항공유는 여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7월 소비량이 전년 동월 보다 9.0% 줄었다. 항공유는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내 소비와 달리 수출량은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7월 석유제품 수출량은 4147만6000배럴로, 전년 동월 보다 5.7% 증가했다. 특히 수출금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석유제품 수출 단가는 지난해 보다 71% 가량 급등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이동제한 조치로 1~4월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항공유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유 비중은 전체 석유제품 수출에서 17.9%를 차지한다.
다만 내수·수출 회복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각지에서 코로나 방역 규제 강화 조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관들도 당초 올 하반기 석유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으나 심화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을 우려해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8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9657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전월 보다 1만 배럴 낮은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며, 봉쇄 조치(락다운) 가능성은 적지만 2개월 내 100만 배럴의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글로벌 전망 기관들이 석유 수요를 보수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 사업 회복세가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3달러대에서 최근 2.8달러로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아직까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상황에서 석유 제품 소비가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정유사들의 수익 회복도 그만큼 늦춰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석유 제품 재고량이 줄고 있고, 글로벌 항공 이용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유안타증권은 OECD 석유제품 재고량이 14억7000만 배럴로, 과거 5년 평균 15억 배럴 보다 2%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재고 감소는 수요 회복을 위한 긍정적인 시그널로 볼 수 있다.
글로벌 항공 이용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청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한 달간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항공객은 평균 191만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월 70만명의 2배를 크게 상회하며, 2019년 8월 245만명의 78% 수준이다.
미국 절반이 넘는 성인이 백신 접종을 마치면서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낮아진 재고 수준 등을 감안하면 향후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석유 수요 회복 국면에서 정제마진의 추세적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