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 개최
"탄소중립 투자로 앞으로 80년간 5500조원 편익 쌓을 수 있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탄소중립을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넷 제로(Net Zero)를 통한 경제성장론’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28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밝히고, 앞으로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과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최 회장은 이날 TED식 강연을 통해 사회 전반에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이행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와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며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한국경제 도약의 새로운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소중립에 너무 머뭇거릴 경우 글로벌 무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 경제는 상당히 위태로워질 수 있다”면서 “역으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잘하는 것을 찾으면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신산업 창출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고,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번 새 정부의 상당한 화두도 아마 성장을 통해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성장을 위한 다른 하나의 축이 환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 투자 등이 필요하니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더 크지만, 탄소중립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을 빠르게 키워나간다면 결국 편익이 비용보다 커질 것”이라며 “결국 탄소중립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편익이 비용을 추월하는 시점인 골든크로스를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한상의 경제연구소(SGI: Sustainable Growth Initiative, 지속가능이니셔티브)의 비용‧편익 분석에서도 편익이 비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편익이 비용을 추월하는 시점인 골든크로스(Golden-Cross)를 당기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탄소중립 이행초기에는 전환비용이 편익을 상회하겠지만, 언젠가는 편익이 비용을 추월하는 골든크로스 시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탄소중립의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골든크로스 시점을 파악하고, 이를 앞당길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과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 골든크로스를 앞당기기 위한 방안으로 ▲탄소중립 비용편익과 다양한 에너지정책을 정량적, 효과적으로 측정, 평가할 수 있는 모델 수립 ▲정부와 경제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민관협력체계 구축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소통의 장 마련 등을 제시했다.
마티어스 커먼 OECD 사무총장은 영상 기조강연을 통해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이행을 도울 5가지 핵심방안으로 ▲국가 예산·재정정책의 기후변화 고려 ▲탄소감축 기술혁신 가속화 ▲민관의 긴밀한 협력과 민간투자 유도 ▲정책수단의 일관성 ▲넷 제로 과정에서 소외 없는 공정전환을 제안했다. 특히 그는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과 넷 제로 전환에 필요한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게 정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커넌 사무총장은 “코로나19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각 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의 SGI는 탄소를 감축하다 보면 언젠가 비용보다 편익이 커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내놨다. 이날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선 임진 대한상의 SGI 원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심각한 저성장 위기 상황에서 저탄소 경제 전환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의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탄소중립의 경제성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탄소중립비용은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등 에너지 비용 증가, 업종별 탈탄소화 공정 전환, 청정산업기술 R&D 등의 산업계 비용, 전기차,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 비용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편익도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후변화 피해라는 부정적 외부효과는 줄어들고 탄소중립 투자의 긍정적 외부효과는 커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글로벌 신산업 선점, 생산성 향상, 인프라 확대에 따른 GDP 증대효과 등이다. 상의 SGI는 이 같은 편익을 2100년까지 약 550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탄소중립 편익은 기후변화를 억제하여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기후편익과 탄소중립 투자가 신시장 선점, 생산성 향상, 인프라 확대 등의 경제적 투자편익 합으로 추정했으며, 탄소중립 비용은 해외사례를 근거로 추정했다”며“그 결과 한국의 탄소중립 편익은 비용보다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탄소배출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라며 “탄소배출과 경제성장의 탈동조화를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전환과 함께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담에서는 유연철 전 기후변화대사의 진행으로 홍종호 서울대 교수, 전의찬 세종대 교수, 조용성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해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새정부 과제’를 주제로 논의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오전에는 기조강연 및 발표와 대담이 진행됐으며, 오후에는 ‘에너지 전환과 전력시장 정책’, ‘탄소중립과 산업 정책’을 주제로 2개 세션이 진행됐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올해 총 5번의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며, 에너지, 산업, 금융, 탄소시장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