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사적 위협 지속…TSMC 안정적 생산 장담 못해
TSMC 팹리스 고객사, 리스크 분산 나설 수도
초미세공정 앞선 삼성전자 유력한 대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심화되며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팹리스 고객사들이 위탁 물량을 삼성전자 등으로 분산시킬 가능성도 점쳐진다.
3일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저녁 C-40C 수송기 편으로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 등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은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면담 및 입법원(의회)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앞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고 대만의 독립‧분열 활동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군사적 행동을 경고했던 중국은 곧 대만을 사방에서 포위한 채 ‘무력 시위’에 나설 태세다.
중국은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의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의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 대만 동부 해역에서의 상용 화력 시험 사격 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같은 군사 위협은 대만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전세계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파운드리 업체 TSMC 고객사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 일정에서 류더인(마크 리우) TSMC 회장을 만나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방문이 오히려 TSMC에게 독이 된 셈이다.
류더인 회장은 펠러시 의장의 방문을 앞두고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던 지난 1일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경제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도 붕괴할 것”이라며 “침공으로 TSMC의 생산이 중단되면 반도체 칩의 10%를 TSMC에 의존하는 중국도 경제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TSMC가 처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의 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단기간 내에 미국과의 충돌을 무릅쓰고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모든 리스크에 대응하는 게 기업의 생리”라며 “TSMC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팹리스 기업들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일부 제품의 위탁생산을 대체할 곳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팹리스 업체들이 TSMC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면 그곳은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에서 TSMC와 견줄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0일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1nm는10억분의1m)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생산시설 확충에도 나서고 있어 고객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3%대인 시스템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1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 하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어 파운드리 수요를 흡수할 여건이 차근차근 마련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 내에 TSMC로부터의 가시적인 물량 분산이 나타나진 않겠지만,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심화되고 있어 점차 리스크 분산에 나서는 팹리스 기업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