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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배달부터 맞춤 영양제까지"… 삼성이 알아본 '떡잎들'


입력 2022.11.24 11:00 수정 2022.11.24 13:5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 개최…6개 스타트업 역량 뽐내

자율주행 로봇 배달, 맞춤형 영양제 솔루션, 규제 모니터링 서비스 등 '눈길'

삼성, 스타트업 성장 위해 조직관리, 채용, 네트워크 등 각종 컨설팅 지원사격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스타트업 6개사 대표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뉴빌리티, 렛서, 알고케어, 에버엑스, 포티파이, 코딧 대표.ⓒ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A씨는 세븐일레븐 어플리케이션을 켜고 물건을 주문한 뒤 로봇 배송 서비스를 신청했다. 주문품을 실은 무인자율주행로봇 '뉴비'가 골목길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뉴비가 있으니 안심이다.


#스타트업 대표인 B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관련 법안, 규제, 정책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생겼다. '코딧'에 접속하니 글로벌 정책과 규제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고 각 관계자들의 발언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었다.


#남들이 추천하는 영양제만 먹던 C씨는 내 몸에 꼭 맞는 영양제를 알고 싶었다. '알고케어'가 C씨의 건강정보를 15분 만에 파악한 뒤 오늘의 추천 영양제를 소개했다. 하루치만 담아주니 휴대도 간편했다.


상용화만 된다면 한 번쯤 구매하고 싶은 혁신 기술들.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국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신설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는 평균 12~14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작게는 1개 룸부터 많게는 3개 공간을 쓴다. 사무용 기기 등 비치된 시설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양질의 식사도 제공받는다.


길게 늘어선 복도를 지나 중앙으로 이동하니 넓은 라운지가 나왔다. 스타트업이 회의실로 쓰거나 세미나, 워크샵을 가질 때 주로 이용한다. 기자단이 방문한 22일에는 6개 스타트업이 각각의 채용존(zone)을 마련, 회사를 홍보하는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 '뉴빌리티'

가장 눈에 띈 것은 라운지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로봇이었다. 세븐일레븐, 요기요 등 어플리케이션으로 로봇 배송을 신청하면 배달 로봇인 '뉴비'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물건을 배달한다. 이동하는 로봇 앞을 막아서자 뉴비는 잠시 주춤하다 이내 장애물을 피해 옆으로 이동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 컨셉을 고안한 '뉴빌리티'는 물류비 상승으로 소비자와 자영업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에 주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측위, 인지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로봇에 내재화하고 카메라 기반 솔루션도 적용했다.


이 같은 기술을 총 망라한 '뉴비'는 다양한 센서 기술을 융합해 복잡한 도심에서 정확한 위치를 추정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눈이나 비가 와도 배송이 가능한 이유다.


성과를 인정 받은 뉴빌리티는 현재까지 26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는 삼성웰스토리,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등과 협력해 골프장, 리조트 내 식음료 배달과 판매 서비스 등을 운영하며 B2B(기업간 거래) 사업 모델 시장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삼성웰스토리에 100대 이상이 계약될 예정"이라며 "매출도 보수적 기준으로 올해 30억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가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매일 먹을 영양제? 내가 챙겨줄께"…중기부 아기유니콘 선정된 '알고케어'

매일 먹는 영양제를 누군가 알아서 챙겨준다면? 앱을 통해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이용자에게 어떤 영양성분이 필요한지를 매일 알려주는 '알고케어'의 탄생은 이 질문으로 시작됐다.


앱에 내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건강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영양제를 추천한다. 소비자가 영양제와 뉴트리션 엔진(디바이스)를 함께 구매하면 손톱만한 플라스틱 포켓에 오늘의 영양제를 담아준다. 이날 받아 본 포켓에는 오메가3, 비타민 B·C·D, 유산균이 담겨있었다. 1:1 맞춤형인데다 일일이 나눠 담을 필요가 없으니 편리하다.


회사측은 사용자의 신체 정보, 투약 이력, 복용 중인 영양성분, 질환, 생활습관, 증상, 실시간 몸 상태 등 142가지 건강정보를 분석해 필요한 만큼의 영양제를 배합하고 디바이스에 최상 상태로 보관, 관리된 영양제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알고케어'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다. 국제 디자인 어워즈(IDA)에서는 사회적 파급력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인 CES에서도 3년 연속 혁신상을 받았다.


정지원 대표는 "흡수율이 빠른 영양제 10종을 개발했으며 추가로 2종을 진행중"이라며 "B2B로 사업을 확장해 내년 3월에는 임직원 건강을 관리하는 '알고케어 앳 워크'를 런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알고케어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필요한 영양제만 작은 플라스틱통에 담아주는 방식이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10분의 1 가격으로 10배 효율을'…규제 모니터링 서비스 '코딧'

"그거 왜 몰랐어?" 이런 말을 듣기 전에 대관 담당자가 미리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코딧'은 기업에게 필요한 법, 규제, 정책 모니터링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10년 넘게 OECD,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서 100여 개국의 정책과 규제를 비교 분석했던 정지은 대표는 '실시간으로 글로벌 정책과 규제 정보를 얻고 분석할 수 있을까'라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 일을 시작했다.


많은 영역에 IT 기술에 접목되고 있지만 정책과 규제 분야는 여전히 수작업이 많아 사업기 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드림팀'을 구성하면서, 창업에 발을 디뎠다.


코딧 홈페이지에서는 5000만 건 이상의 국회와 정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회의원, 정부 부처, 학계, 협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발언과 정보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자체 AI 번역 알고리즘을 통해 영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같은 성장으로 최근 5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실제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반도체'를 검색하니 김한정 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K칩스법'이 상단에 보였다. 관련 의안을 모두 보고 싶거나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고 싶다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1:1 데모를 신청하면 한 달을 무료로 이용해볼 수 있다.


정지은 대표는 "법안 뿐 아니라 조례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규제가 바뀌는 것을 놓칠 위험이 적다"면서 "10분의 1 가격으로 10배 효율을 내는 플랫폼을 제공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소규모 기업을 위한 데이터 클리닝 기반의 AI 개발·운영 플랫폼인 '렛서', 비대면 관절 재활운동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에버엑스', 개인 맞춤형 온라인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 '포티파이'도 자사의 기술과 성장 스토리를 소개했다.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코딧이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될성부른 '떡잎'…삼성 만나 조직 늘리고 수백억원 대 투자 유치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 C랩 합류로 각종 컨설팅을 지원받으며 조직 확대, 투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채용, 조직관리, IR 등에서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는 설명이다.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는 "정밀한 재무계획을 갖고 비용과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할 때 적절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받았다"면서 "담당 파트너와의 깊은 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심규현 레딧 대표는 "우리는 C랩 아웃사이드에 지원하기 위해 창업한 케이스"라며 "돈을 벌고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 덕택에 안정적인 조직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윤찬 에버엑스 대표는 "스타트업이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OKR(목표와 성과 지표) 제도 도입을 도와주셨다. 회사 워크샵까지 찾아오셔서 한껏 풍성하게 미션을 정한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 C랩 인사이드로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한 삼성전자는 올해 10년차를 맞아 프로그램 고도화, 스케일업(규모 확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22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미디어데이'에서 관계자들이 스타트업 6개사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한인국 창의개발센터장은 "C랩을 졸업하면 역량있는 중년 스타트업이 된다. 이들 기업들에 대한 투자·인수합병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스케일업의 취지"라며 "내년 이후 많은 성공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사내벤처인 C랩 인사이드와 외부 스타트업 C랩 아웃사이드를 거쳐간 기업들은 총 521개로, 현재까지 1조3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87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중 아기유니콘은 20개, 예비유니콘은 3개 기업이 선정되며 미래 혁신기술을 인정 받았다.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에 선발된 스타트업은 최대 1억원의 사업지원금 지급,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내 전용 업무공간 및 전 직원 식사 제공,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삼성전자 및 관계사와의 협력 기회 연결, CES 등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등의 혜택을 받는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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