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객관적으로 죄질 나쁘지만…피고인,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고 피해자도 처벌 불원"
"16세 이상인 미성년자가 '상호 합의' 하에 성인과 성관계하면…처벌할 수 있는 규정 없어"
"'피고인 초범일 것'이라는 사실 전제 조건 아래…검사가 항소해도 실형 가능성 낮아 보여"
"교사와 제자였다는 점에서 사건 바라봤을 때는…재판부 선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측면 있어"
자신이 근무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교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실형을 피했다. 시민들은 "교사가 미성년자 제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인데 이해가 안 된다"며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질타했지만, 법조계에선 피고인과 피해자가 '강압적 관계'이기 보다는 '합의된 관계'라고 재판부가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피해자 부모와 합의했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이 결정적 양형 사유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1일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이날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A(32·여)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5월 중순부터 6월 사이 자신이 근무하는 고등학교 학생 B 군과 11차례에 걸쳐 성관계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A 씨 남편이 "아내가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성적 조작에도 관여했다"며 직접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A 씨는 공소 내용의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성적학대 혐의는 부인하며 "피해 학생과 교제한 것이지 학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판율 문유진 변호사는 "사건의 객관적 사정만으로는 죄질이 나쁘다. 하지만 피해자 부모와 합의한 점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여 양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이후의 정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양형을 정하기에 이 판단도 적절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사건의 객관적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두 사람이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나 유사성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가 16세 이상인 경우 처벌규정이 없다"면서도 "피해자가 18세 미만인 경우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그래서 '아동학대' 혐의로만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피고인이 사회 윤리적으로 잘못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피해자 나이가 만 17세로 성인에 가까워 교사가 아동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했다거나 아동학대에 해당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의 처벌의사유무는 양형요소 중 가장 결정적인 요소다.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피고인을 용서했다는 점에서 '집행유예형'은 적절해 보인다"며 "피고인이 초범일 것을 전제로 검사가 항소해도 항소심에서의 실형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소정 법률사무소 김소정 변호사는 "성 관련 범죄가 성립이 안 된 걸 보면 재판부도 강압적인 관계가 아니었다고 본 것 같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합의는 있었다고 본 것 같다"며 "두 사람의 상호 간의 지위가 교사와 제자라는 점과 아직 미성년자인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였다는 점 등을 비춰보면 재판부 처벌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