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언론 폄훼' 유감 표명글 8시간 만에
SNS에 '애완견 넘치는 세상' 칼럼 공유
"지금껏 민주정당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이 '이재명 일극체제'서 나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부 언론에 대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가 나흘 만에 유감을 표명했다. 여권과 일부 야권에선 '초조함의 발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검찰을 향하던 민주당의 비난도 사법부와 언론으로 번진 상황에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상당히 무겁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일부 언론을 향한 "애완견" 발언 논란이 전체 언론으로 확산되자 페이스북에 유감 표명글을 올렸다가, 불과 8시간 만에 X(옛 트위터)에 '애완견이 넘치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칼럼은 "한국 언론이 감시견보다는 애완견 모델에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는 내용을 담았다.
2022년 당대표로 선출된 이 대표는 근 2년 동안 정부·여당, 검찰을 주로 비난했을 뿐, 법원과 언론을 향한 직접적 비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7일 법원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혐의로 자신의 최측근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했고, 검찰이 닷새 만인 12일 자신을 같은 혐의로 기소한 뒤 법원과 언론을 상대로도 전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언론 폄훼' 논란에 대해 옹호와 비판이 공존했다.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감시견 역할을 못하는 기자분들, 언론사는 이번에 (검찰의 애완견 발언을 계기로) 성찰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그래도 제1야당의 대표고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분이 언론 전체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것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이 대표가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후 당초 검찰 때리기 스탠스에 이어 법원·언론으로 범위를 확대해 공세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이자 판사 출신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문을 가리켜 "판사의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판결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의 글을 공유한 박찬대 원내대표는 "저런 검사에 요런 판사다. 심판도 선출해야 한다"며 '판사 선출제'를 주장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부지사의 유죄 판결, 이 대표까지 기소된 이후 당이 검찰·법원·언론까지 비판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에 "(민주당은)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검찰에 의해 왜곡·조작되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검찰의 행태를) 민주당이 바로잡기 위한 여러가지 절차를 현재 밟고 있다"고 비껴갔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환기 전략'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의 언론 폄훼와 사법부 공세는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가 기소되면서 확대된 것"이라며 "민주당의 발언과 공격의 취지는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 대표의 처지를 강조할 수 있고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 메시지를 던질 순 있겠지만, 중도층 시각에선 분명히 거부감이 드는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제껏 민주주의 정당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작금의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된 정당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 대표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 위험해지고 중대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