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9, EV9 대비 배터리 셀 48개 추가…주행거리‧성능 높여
차체 크기도 아이오닉 9이 소폭 우위…EV9에 없는 각종 첨단사양도 장착
현대자동차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출시까지 한참 남은 10월부터 티저 이미지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미국 LA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와 별개로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신차 설명회도 마련했다.
이달에는 현대차그룹 미디어 채널인 HMG저널을 통해 아이오닉 9의 디자인과 상품성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다. 1년여 앞서 출시된 동급 전기 SUV 기아 EV9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의 이같은 노력이 아이오닉 9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최근 현대차가 HMG저널을 통해 공개한 ‘아이오닉 9의 가치를 빛내는 9가지 핵심 USP’를 보면 아이오닉 9은 기아 EV9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 동력성능, 실내공간, 각종 편의사양 등에서 우위를 보인다.
동일 차급에,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부품도 상당수 공유하지만, 출시 시기가 EV9보다 1년여 늦은 만큼 아이오닉 9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배터리와 각종 첨단 사양이 적용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 성능 평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아이오닉 9이 532km(2륜구동 항속형 기준)로, EV9(최대 501km)보다 30km이상 길다.
최고출력 역시 아이오닉 9이 160kW 214hp로 EV9의 150kW 201hp를 소폭 상회한다. 최대토크는 두 차종 모두 350Nm 35.7kg‧m로 동일하다.
이같은 차이는 배터리 용량에서 온다. 아이오닉 9에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최대 용량인 110.3kWh의 고전압 배터리가 모든 트림에 동일하게 탑재됐다. 이는 EV9(99.8kWh)보다 10%이상 높은 용량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에는 기아 EV9에 탑재된 배터리보다 셀을 48개 추가해 담을 수 있는 전력량을 늘렸다”면서 “덕분에 아이오닉 9은 후륜구동이나 4륜구동 모두 상관없이 모든 모델이 500km 이상의 1최 충전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차체 크기도 아이오닉 9이 EV9보다 소폭 우위를 보인다. 아이오닉 9의 제원은 전장 506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로 EV9(5010×1980×1755mm)와 비교하면 전폭은 동일하지만 전장은 길고 전고도 높다. 실내공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휠베이스(축거)도 아이오닉 9(3130mm)이 EV9(3100mm)보다 조금이나마 길다. 비록 손가락 한두 마디 차이긴 하지만 우위를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3130mm에 달하는 아이오닉 9의 긴 휠베이스의 장점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와 어우러져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전기차의 PE 시스템(모터, 인버터, 감속기)은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보다 크기가 작고, 앞뒤로 동력을 보내는 구동축이 필요 없다. 여기에 바닥에 배터리를 평평하게 깐 뒤 실내 공간에 맞춰 앞뒤 바퀴를 차체 끝으로 보내는 E-GMP 구조를 활용해 헤드룸, 레그룸, 숄더룸 등 탑승 공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9의 개발 과정에는 탑승자들이 따로 또 같이 즐겁고 편리한 전기차 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넉넉하고 유연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가 반영됐다”면서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 최장의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3열, 6~7인승 구성의 여유로운 공간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큰 덩치만큼이나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2열 및 3열 시트 폴딩 여부에 따라 아이오닉 9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620ℓ에서 최대 2426ℓ까지 늘어난다. 3열 시트만 접어도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각각 4개씩 실을 수 있고, 탑승 인원을 꽉 채워도 25인치 트렁크 3개를 충분히 실을 수 있다. 전동식 후드 래치를 조작해 후드를 열면 후륜구동 모델 기준 88ℓ에 달하는 프렁크 공간이 나온다(4륜구동 모델은 52ℓ).
더 늦게 세상에 나온 덕에 얻는 이점도 확실하다. EV9이 갖추지 못한 최신 기술을 아이오닉 9은 갖췄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이 대표적이다.
액티브 에어 플랩은 구동계 및 배터리 냉각을 위해 필요할 때만 공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덮개를 닫아 공기 저항을 줄이는 부품이다.
아이오닉 9에 적용된 듀얼 모션 액티브 에어 플랩은 플랩의 작동 메커니즘을 기존의 회전 방식에서 2개의 궤적(직선 이동, 회전)으로 변경해 부품의 단차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미세한 틈도 없애는 동시에, 닫혔을 때는 이질감 없는 매끄러운 외관을 지켜준다.
현대차는 그밖에 앞뒤로 슬라이딩이 가능하고 양방향 멀티 기능까지 장착한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 1‧2‧3열에 각 2개씩 적용된 ‘100W 고출력 C-타입 USB 포트’, 전파 송수신용 장치를 차 곳곳에 눈에 띄지 않게 배치한 ‘히든 안테나’, 후방 시야 확보용 카메라 오염시 워셔액으로 세척해주는 ‘카메라 3종 클리닝 시스템’ 등을 아이오닉 9의 주요 특장점으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 중 최초의 대형 전기 SUV로 먼저 시장에 나온 기아 EV9은 미국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1년 넘게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EV9은 11월까지 월평균 1000대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거듭하다 12월 자사 및 계열사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 임직원에다 친인척까지 최대 2000만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재고를 밀어내는 굴욕을 겪었다. 올해도 월평균 100여대의 판매실적으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오닉 9이 한층 개선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이런 비관적 시장 상황을 이겨내고 국내 전기차 시장에 대형 SUV 세그먼트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EV9 역시 일부 사양 업그레이드를 통해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