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장인화‧김동관‧정기선 등 주요 기업인 참석
12‧3 계엄과 이어진 탄핵정국, 제주항공 무안국제공항 참사 등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도 기업인들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호처간 첨예한 대립이 이뤄진 3일, 경제인들은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 집결해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에 힘을 모을 것을 다짐했다.
이날 오후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주요 경제인들이 하나 둘씩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달아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정지 되면서 행정부 서열 3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데다, 정국 혼란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라 빈 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요 기업 총수들은 빠짐없이 자리를 채웠다.
“새해 포부 한 말씀 해달라”, “경제 불확실성 짙어지는 데 이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는 등 기자들의 요청에도 총수들은 얼굴을 굳힌 채 입을 열지 않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예전 신년인사회 때는 새해 덕담을 건네는 참석자도 있었으나 올해는 대부분 묵묵부답이었다.
현장에 참석한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무안공항 참사 관련 국가추모기간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침울한 상황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총수가 희망적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석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검은색 근조 리본이 달린 명찰을 받아 달고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국가추모기간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추모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회원사들이 “근조 리본을 따로 준비해 가야 되느냐”고 문의함에 따라 주최 측인 대한상의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인사회 본행사는 무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과 함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최상목 대통령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기업인, 경제단체장, 정계 인사,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들은 우리 경제 위기 극복과 재도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한 행사 참석자는 “예년처럼 새해의 희망찬 메시지를 공유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국 혼란이 극심한 상황일수록 기업인들이 더욱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