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최근 알선뇌물수수 혐의 기소 현직 부장판사에게 무죄 선고 원심판결 확정
피고인, 사업가 지인에게 골프채 세트 등 받아…얼마 뒤 돌려줬지만 사건 공론화
법원, 피고인에게 감봉 3개월 및 징계부가금 104만원 처분…감정 결과 골프채는 가품
1심 재판부 "피고인, 여러 수사기관이나 재판에 영향력 미칠 지위 아니었어"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업가 지인에게 '짝퉁(가품)' 골프채를 받은 현직 부장판사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피고인이 사업가의 수사·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정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최근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A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확정했다.
A부장판사는 지난 2010년쯤 고향 친구를 통해 사업가 B씨를 알게 돼 꾸준히 친분을 유지해왔다. 문제는 B씨가 사기 등 다수의 범죄를 저지르면서 불거졌다. 그는 '마트 사냥꾼'으로 불리며 인천 등에서 마트 운영과 관련해 인수 차용금 사기를 다수 저질렀다. 2015년엔 징역 2년 실형까지 선고받고 2017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기 범죄를 끊지 못해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이 반복됐다.
B씨는 2019년 2월 인천의 한 식자재마트 주차장에서 A부장판사에게 골프채 세트와 골프백, 과일선물세트 7개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A부장판사는 얼마 뒤 골프채 세트 등을 B씨에게 돌려줬지만 B씨 주변인 중 한 명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리며 사건이 공론화됐다.
이 사건으로 A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징계에 회부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21년 6월,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104만원을 처분했다. 애초 해당 골프채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Honma'가 아니라 'Humma'라고 적힌 중고 가품이었다. A부장판사가 수수한 금액은 골프백과 골프채, 과일값까지 포함해도 77만 9000원 상당이었다.
당시 B씨는 A부장판사에게 "(선고에 출석하면 법정구속 될지) 확인해서 연락을 달라"며 "너무 불안하다"는 문자메세지를 수차례 보냈다. 이에 A부장판사는 법원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해 사건의 진행결과를 찾아본 뒤 "걱정말고 갔다 온나"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B씨는 이때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사는 A부장판사를 알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A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부장판사가 골프채를 받은 뒤 B씨가 여러 민사·형사 건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은 분명하다"면서도 "B씨가 A부장판사에게 막연한 기대를 했을지 모르지만 A부장판사는 여러 수사기관이나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지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A부장판사가 B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연락하거나, 선고 사실을 사전에 알아본 증거도 없다"며 "B씨가 A부장판사에게 알선 청탁의 의미로 골프채를 줬거나 A부장판사가 그런 뜻으로 골프채를 받았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2심 재판부도 "골프채를 수수한 직후 A부장판사의 근무지가 바뀌어 특별히 B씨 사건의 담당 재판부에 법률적·사실상 영향을 및리 상황이 아니었다"며 "A부장판사가 B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시도했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뇌물을 준 혐의를 받은 사업가 B씨 역시 같은 날 무죄를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