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보조금 집행 중단' 지시 문서 이틀 만에 철회
미국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29일(현지시간)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미 정부와 최종 계약을 했더라도 자신이 그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는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약속한 보조금을 제때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의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행을 약속하기 위해서는 계약을 읽고 분석해서 이해해야 한다”며 “서명한 계약이 거래(bargain)인지 어떻게 아느냐. 나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이 이같은 언급은 자신이 상무장관에 취임해 반도체 보조금 계약을 검토한 뒤 지급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대선 기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면 별도 보조금 없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트닉 지명자는 다만 이날 청문회에서 반도체법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법을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라고 평가했다.
조 바이든 직전 행정부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메모리 공장을 건설 중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19일 모두 9억 5800만 달러(약 1조 3000억원),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20일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반도체 생산 시설 확장을 위한 47억 45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바이든 정부와 최종 계약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논란과 혼란을 초래한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지시 문서를 철회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각 정부 기관에 발송한 통지에서 지난 27일 하달한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관련 메모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다만 백악관은 'DEI 이니셔티브'와 기후 변화 등과 관련한 연방 차원의 지출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매슈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대행은 각 정부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28일 오후 5시부터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