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출신'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상법개정안, 포퓰리즘 불과…재의요구권 행사해야"
"청년들 도전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 조성 꼭 해내고파"
"국민이 '국회를 믿을 수 있는 정치 문화'가 성숙돼야"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인 1995년. 당시 삼성그룹을 이끌던 고(故) 이건희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간담회서 "우리나라 기업은 2류이고, 행정은 3류인데,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큰 파장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이 발언이 아직까지도 유효하다는 점이다. 특히 21대·22대 국회에서 30번에 달하는 탄핵안이 남용된 것과 지난해 12·3 비상계엄 후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 본 국민들의 입에선 2025년 현재 우리나라 정치가 4류에서 더 멀어진 5류, 6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고 이 전 회장의 이른바 '베이징 발언'이 지금까지 우리 정치·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건, 한 명의 국민으로일 뿐 아니라 기업인의 시각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일 것이다. 3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1류로 발돋움해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5류로 떨어진 정치권은 기업들을 규제로 발목 잡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단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 국회를 떠들썩하게 한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 주52시간 예외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가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기보단 방해하고 있단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그만큼 정치가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보단 정쟁에 맞춘 활동에만 집중하다보니 생산활동과 고용창출에 집중할 수 없단 불만이 새어나올 수밖에 없단 것이다. 그런만큼 여의도에선 기업가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걸린 기대감이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한 CJ제일제당 대표이사직을 지낸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 역시 그 기대감이 걸린 의원 중 한명이다.
최 의원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공인회계사시험에 합격한 후 1989년 에쓰오일(S-OIL) 경영기획부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삼일회계법인으로 적을 옮겨 공인회계사로 활동한 CJ그룹에 입사한 최 의원은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자 재무 전문가로 꼽히며 CJ대한통운 경영지원실장, 경영지원총괄을 거쳐 CJ그룹 전략1실장, 경영전략총괄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3년 CJ GLS와 대한통운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끈 건 그의 기업활동 중 백미로 꼽힌다.
그러던 2020년, 최 의원은 결국 CJ제일제당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 결과 그는 대한민국 100대 CEO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업에서 쓴 최 의원의 성공적인 신화는 22대 총선서 도입된 '국민추천제'의 인재로 선정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결국 대구 동구·군위군 갑 선거구에 공천돼, 본선에서 승리한 후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21일 데일리안이 직접 만나 물어본 최 의원 정치 생활 동안의 소감에서도 기업가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그는 "기업은 일사분란한 의사결정이 전제 돼 있는데 국회는 워낙 서로 다른 정치 집단 간에 이견이 합의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며 "빠른 의사결정 후 실행. 이런 것보단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조율돼 가는 과정들이 정치와 일반 민간 기업과의 차이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기업과 정치 활동에는 서로 다른 점이 존재한다. 기업엔 이윤 추구라는 공통된 목적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가 단일화 돼 있다면, 정치는 각자가 추구하는 공공 선을 위해 등장할 수 있는 모든 의견을 취합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최 의원은 국회의 정치활동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공감'과 '전문성'을 꼽았다. 이 두 가지가 전제된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소모전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최 의원은 "국회에 좀 더 전문성을 갖고 또 전체적으로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들이 좀 더 많이 좀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며 "특히 상대방의 어떤 그런 주장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타협해가는 과정에서 공감과 전문성의 정치가 가진 힘이 많이 발휘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이 꼽은 공감과 전문성이 필요한 대표적인 정치의 사례는 '상법개정안'이었다. 앞서 여야는 지난 13일 열린 본회의에 상정된 상법개정안을 재석 279명 중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기업의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의무의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는 내용이 주요 골자인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해 통과시켰다.
13일 본회의 당일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토론에 나서기도 했던 최 의원은 "주주마다 입장이 다 다르다.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키우길 원하는 주주가 있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주주도 있다고, 기관 투자자, 연기금, 해외 투기자본까지 다양한 주주가 있는데 이사에게 이런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초까지 대기업 대표이사로서 직접 기업경영의 최전선에서 일해 온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평가하건대,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경영 현실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들이 만든 말도 안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개정안은 얼핏 보기에는 소액주주를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법안을 주도한 민주당이 기업과 주주 간의 폭넓은 공감대 없이 한쪽의 말만을 듣고 법안을 강행했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혁신이다.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야만 더 풍요로운 우리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혁신은 상당기간의 손실가능성과 위험감수가 필수적이며,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만족시키면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상법 개정안이 공포된다면 기업들은 모든 주주의 눈치를 보며 경영에 관련된 결정을 내리게 돼, 본질적으로 필요한 도전과 혁신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의원은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 상실과 함께 기업활동 위축, 경영권 분쟁 및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등으로 우리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고, 이 피해는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 임직원,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전가돼, 결국 미래의 젊은 세대에게까지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상법 개정에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께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우리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당면한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의정·입법 활동에서도 그의 기업가적인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 의원은 "기재부의 최근 경제동향 3월호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수출 증가세는 둔화됐고 내수 회복은 지연되고 있으며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올해 1~2월 누적 수출 역시 전년 대비 4.75% 감소했다"며 "이런 와중에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는데, CATL과 BYD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2024년 한 해 동안 중국 전기차 수출은 무려 15.6%나 증가했고 산업용 로봇 수출은 45.2%나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와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꼭 마련하고 싶다. 미국의 '칩스(CHIPS)법'이나 대만의 '국가반도체전략'과 같이 국가가 전략산업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지원을 하여 해당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 및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법안 역시 22대에서 꼭 통과시키고 싶다"며 "중기부에 따르면 2023년말 기준 청년 창업기업 수는 36만6000개로 전년대비 2.9% 감소했고, 창업 5년 생존율도 33.8%대에 불과했다. 따라서 청년들의 창업을 장려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하고, 세금 혜택을 지원하며, 설사 실패해도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소리 높였다.
이런 그의 모습은 지역 활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구 동군위갑을 지역구로 둔 최 의원은 지역의 미래 발전과 지역민들의 편안한 삶을 함께 이루기 위한 '공감'의 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역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게 대구 K2 공항 이전 문제다. 대구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항이 이전하면 이곳을 어떻게 미래 첨단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그 지역으로 키워 나가는가 하는 게 제 지역구 내 장기적인 과제로는 제일 크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법안으로 해결해 가면서 장기적으로 지역민과 지역구가 함께 공감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한쪽 얘기만 듣는게 아니라 양쪽 얘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자신의 1호 법안이기도 한 '철도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 등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통과 역시 약속했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며 주민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목소리가 바로 철도 소음, 진동, 그리고 분진으로 인한 고통이었다"며 "특히 동대구역과 경부선이 지나가는 대구 동구 지역 주민들께서는 수십 년간 불편을 감내하고 살아왔지만, 지금껏 이를 보상해줄 법적 근거조차 없었다. 단지 하나의 제도 정비를 넘어서, 주민들과의 약속이고, 지역을 위한 실질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의원은 최근 지속된 정치 상황의 혼돈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자가 저술한 '논어'에 등장하는 한 문구인 '정자정야(政者正也·정치는 곧 바름이다)'를 언급한 최 의원은 "정치는 올바름을 실천하는 도구이고, 지도자는 스스로를 바로 세워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는 바름보다는 대립과 갈등, 진영 논리에 치우쳐있고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고 있는데, 이러한 정치의 일탈은 결국 민생과 경제회복 발목을 잡게 되고 국민들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최 의원이 제시한 답변은 앞서와 같은 '공감'에 기반을 둔 '협치'였다. 그는 "여야 간에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국익과 민생이라는 더 큰 틀에서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정치는 바름에서 시작돼, 협치로 완성돼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국민 앞에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분열된 민심이 하나로 모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최 의원은 "국회가 국민 여러분께 좀 실망을 드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 국회가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에 정말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느냐"라며 "이젠 국회가 정말 국민 여러분들을 믿고 또 국민들께서도 국회를 좀 믿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정치 문화가 성숙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