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 현재 진행형…소매판매지수 하락
카드사 비용 절감 영향 탓 민간소비 악화 지속
"적격비용 폐지 통해 금융시장 저해 해소해야"
최근에도 내수 부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상품 소비현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지수는 올해도 지난해 말 대비 0.8%나 하락했다. 올해 1월의 카드 매출도 전년도 말에 비해 2.8%나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설날 연휴가 있었음에도 소비진작이 이뤄지지 않았다.
카드 사용에 대한 소비자 혜택 축소 등이 구체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인한 카드사의 수익보존차원의 비용절감 노력이 심화된 결과이다.
이는 내구재 등 주요 소비품목을 카드로 결제하는 국내 특성상 민간소비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내수부진의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최근 들어 신용카드 위장 가맹점이 늘고 있다.
카드 위장 가맹점이란 실제 상거래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허위의 매출전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등 부정거래를 행하는 가맹점을 의미한다.
이는 이른바 '카드깡'이라고 불리우는 허위 매출전표 발행을 근거로 카드사로부터 매출 대금을 선납받아 자금을 확보하는 가맹점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서는 '카드깡'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그런데 위장 가맹점의 경우 최근 세금 탈루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매출을 나누어 세무 신고할 경우 낮은 세율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사업자는 소득별로 누진세를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연간소득이 1400만원 이하의 경우 세율은 6%이지만 이를 초과하면 세율이 2배 이상 오른다. 따라서 위장 가맹점 운영의 목적이 단순한 자금 융통을 넘어 탈세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위장 가맹점 증가의 배경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매출 규모가 영세한 가맹점으로 등록하게 되면 0%대의 카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카드사가 가맹점에게 부과하는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부터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결정되고 결정의 주체는 금융위원회이다.
특히 연매출 3억원 이하의 가맹점을 영세가맹점, 연매출 3억~30억원 이하의 가맹점이 중소가맹점으로 규정된다. 영세 및 중소가맹점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아 0.4~1.45%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그리고 전체 카드 가맹점 대비 우대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 수는 96%에 달하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낮은 카드 수수료율은 허위 매출을 일으켜 자금을 융통하는 불법거래의 유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매출을 나눠 세무신고하는 등 탈세 목적의 위장 가맹점 운영도 우대가맹점 적용을 받아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장점을 악용하는 사례이다.
더욱 매출이 작은 영세사업자의 경우 부가가치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0%이다.
낮아진 카드 수수료율과 영세자영업자에게 적용받는 부가세 환급조치로 인해 위장 가맹점 운영의 유인을 가져온 셈이다. 결국 지나치게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공제하고 얻게 되는 카드 매출 대금, 부가세 환급 통한 세금 절감 유인이 위장 가맹점 증가 배경으로 유추된다.
최근 정부는 위장 가맹점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자에게 건당 10만원 상당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전법의 처벌 규정을 들어 단속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여전법의 처벌도 약한 편으로 위장 가맹점 증가를 제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인다. 결론적으로 적격비용 제도 도입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조치는 혜택보다는 많은 역기능을 가져오고 있다.
우선 카드사용에 있어 무이자할부 등 소비자에 대한 각종 부가 혜택이 현저히 줄고 있어 소비자 후생이 저하된 점을 비롯해 내구재 소비가 줄어 민간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 낮은 우대수수료율로 인한 위장 가맹점의 증가가 그것이다.
지금이라도 카드 수수료율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적격비용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소비자와 국민경제에 폐해를 주고 금융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문제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 / rmjis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