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때 한 공언 실천, 그러면 미래 열린다
“조기 대선은 국힘에 귀책” 野 주장 이번엔 틀리지 않아
대세는 이미 결정이 나 있는데, 국힘 찬탄-반탄 분열 중
尹, 파면 후에도 친윤 보스 관저 정치...“아직도 뭘 몰라”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보궐선거라면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당헌으로,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공언으로, ‘당 소속 의원-지자체장 잘못으로 시행되는 재보선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라고 해놓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를 한 번도 실천한 적이 없고, 국힘은 지난번 서울 구로구청장 보선 때 무공천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은 예외인 것이 국민적 합의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이 돼 왔다. 지난 4일 헌재 선고 전까지는 야권에서 아무도 ‘귀책 사유’를 말하지 않았다.
파면이 결정되고 두 달 후 대선이 확정되니까 용혜인(기본소득당)과 민주당에서 그 말을 꺼냈다. 이 주장은 아주 틀린 게 아니다. 탄핵만큼 중대한 귀책 사유가 어디 있나?
국힘은 이 공세에 꿀 먹은 벙어리다. 가만히 있으면 대선 바람에 누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사라져 버릴 것이고 지금 그 말을 진지하게 듣는 국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좋지 않은 태도다. 대통령이 자기들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저질러 버린 대형 사고라 해도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들은 그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결사반대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런데도 대선은 나간다?
여기서 한동훈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귀책 사유 선거 불참을 당 공식 방침으로 정했다. 그가 새로운 보수를 말하려면 이 약속부터 과감히 실천에 옮기는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 어차피 그의 이번 조기 대선 경선 참가는 당선보다는 당권, 그리고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을 위한 것 아닌가?
그가 이번 경선에서 이기는 건 본선보다 더 어렵다. 현재 TK를 비롯한 강성 보수 지지자들은 한동훈 때문에 민주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100일 만에 윤석열 목이 날아갔다고 분노하고 있다. 이런 판에서 국힘 대표 선수가 되길 바라는 건 기적을 꿈꾸는 것과 같다.
그러니 한동훈은 안 되는 선거에 나와 1수(修)를 기록할 생각 말고 귀책 사유를 명분으로 자기 목을 내던져 미래를 도모하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치를 언제나 멋으로 해선 안 되지만, 이건 굉장히 멋이 있고 가치가 큰 결단이다.
그 자신과 몇몇 측근들만이 52세(73년 4월 9일생) 대통령이 두 달 후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다른 사람들 대다수는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윤석열과 같은 검사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여러 가지로 준비돼 있지 않다.
정치를 더 많이 경험하고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가 일으키고 있는 개망나니 짓에 내세울 대응 전략, 한국이 살아남을 경제-안보-외교 청사진에 관한 질문에 분명하게 말할 답을 한동훈은 갖고 있나?
그는 트럼프의 행패에 대해 “우리는 카드가 있다”라고 SNS에 적었다. 트럼프가 부러워하고 의지하려 하는 한국의 조선(造船) 능력을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만으로는 우리가 지금 처하고 있는 격랑을 헤쳐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동훈에게 국가 최고 지도자 후보로서 가장 요구되는 것은 카리스마 강화다. 그는 이게 부족하다. 신속하고도 무서운 결단, 치고 나가는 용기와 돌파력, 승부수 실력이 아쉽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선천적인 면도 있다. 공부와 연마, 경험으로 보충해야 한다.
이번은 참고 앞날을 대비하는 편이 현명한 선택이다. 올해나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편이 더 절실한 순서다. 그러려면 당 공천을 받아야 한다. 국힘이 대선에서 진다면 ‘미래를 위해 자중한’ 그에게 당권이 자연스럽게 주어질 수 있다. 당 대표도 두 번 하고 금배지도 달면 그의 정치인 무게는 한층 무거워진다. 이래도 이번에 꼭 나갈 텐가?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탄핵 선고 후 보여 주는 모습은 암담하다. 윤석열은 쌍권(권영세-권성동, 이들은 의총에서 재신임 된다)과 그가 대학 시절 “업어서 키웠다”라고 해놓고, 김기현 당 대표 만들 때 패대기쳤다가, 한동훈을 증오하면서 다시 총애한 나경원을 불러 대선 작전 회의 겸 훈수를 뒀다.
윤석열은 여전히 윤석열이다. 아직도 뭘 모른다. 자기가 어떤 무모한 짓으로 탄핵 당했으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파면돼 놓고도 친윤계 보스로 군림하려 든다. 여론조사 응답자 열에 일곱이 그의 자숙을 요구했다. 그는 재임 중에도 그랬듯이 강제 퇴임 후에도 이런 여론 같은 건 귀담아듣지 않을 것이다.
그 보스에게 한결같이 굽신거리는 국힘 지도부 역시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웰빙, 반이재명 여론 기대기 일변도다. 이들이 보스 파면 후 위안으로 삼는 건 헌재가 민주당을 나무란 결정문이다.
윤석열이 지명한 재판관 정형식이 쓴 그 구절은 지명자에 대한 예우 서비스로 봐야 한다.
국힘은 ‘국가 긴급권 남용’은 읽고도 모른 척하고 있다. 그러면서 ‘찬탄파 조치’ 운운한다. 대세는 이재명으로 기울고 있는데…. 보수우파의 전매특허인 분열이 시작되고 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