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요구에 지배구조 개선 선제 조치한 LG
(주)LG, LG상사 자회사로 편입...3000억에 지분 24.7% 매입
오너가 개인 지분 매입으로 지배구조 단순화...타 기업 확산되나
(주)LG, LG상사 자회사로 편입...3000억에 지분 24.7% 매입
오너가 개인 지분 매입으로 지배구조 단순화...타 기업 확산되나
LG가 계열사인 LG상사를 지주회사 체제 내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000억원을 투입해 오너가의 개인 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 LG상사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강조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삼성, 현대차, SK 등 다른 대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9일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구본무 회장 등 개인 대주주 35명이 보유한 LG상사 지분 24.69%(957만1336주)를 총 2967억원(주당 3만10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해당 회사를 지주회사의 계열로 인정한다.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이뤄진 이번 인수로 지배구조는 기존 개인 대주주 중심에서 지주회사((주)LG)와 자회사(LG상사)간 수직적 구조로 단순화된다.
(주)LG는 향후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절차를 거쳐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3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당시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던 LG상사가 14년만에 지주회사 내로 들어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LG전자·LG화학·LG생활건강·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주)LG의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돼 있는 상황에서 LG상사까지 추가되면서 LG는 사실상 지주회사 체제 구축을 완료했다.
◆LG,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정부 정책에 선제적 대응
LG의 이번 결정은 기업이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선제적으로 부합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기업집단 내 기업들을 지주회사 내로 편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5대 그룹 전문경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각 기업들이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 법제도 개선 필요성을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현재 지주회사의 수익구조가 자회사의 배당금이 아닌 브랜드 로열티나 건물 임대료 등이 주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이 작용하고 있는지 여부도 살펴볼 뜻임을 시사했다.
공정위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 22곳의 지주회사 편입률은 73.3%로 835개 계열사 중 223개를 지주회사 바깥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열사 4곳 중 1곳은 총수 일가가 편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LG상사도 개인 주주 비중이 높고 지주회사의 지배구조 밖에 있다보니 오너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우려가 늘 제기돼 왔다.
LG상사는 구본무 LG 회장이 2.51%,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LG 부회장이 3.01%,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2.11% 등 LG 계열 개인 대주주 지분율이 12%에 달했다.
또 희성과 LF 등 LG로부터 계열분리된 회사 소속 개인 주주들과 기타 개인주주들을 포함, 개인의 지분율이 27.28%에 이르는 등 개인 대주주 비율이 높다보니 지배구조도 안정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LG, 기업 투명성 제고로 이미지 개선 효과...다른 기업들에 영향은
LG는 이번 인수 결정으로 이러한 우려를 씻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정부의 정책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으로 이미지 개선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LG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이 개인 대주주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지주회사 편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여 온 것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LG가 현 정부의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다른 기업들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안정적 승계와 순환출자 해소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도 93개 계열사 중 17개사(18.3%)가 지주회사 밖에 있어 향후 지주회사 내 편입 등 개선 요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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