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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의 용단…직원 평가에 방카슈랑스 실적 제외


입력 2019.10.01 06:00 수정 2019.09.30 17:53        부광우 기자

'은행원 성적표' KPI 시스템 개편, 올해 인사평가부터 적용

영업력 악화에도 조정 계속…'관행 철폐' 선제 대응 '주목'

'은행원 성적표' KPI 시스템 개편, 올해 인사평가부터 적용
영업력 악화에도 조정 계속…'관행 철폐' 선제 대응 '주목'


IBK기업은행이 올해부터 직원들의 실적 평가에 쓰이는 일종의 성적표인 핵심성과지표(KPI)를 고치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올해부터 직원들의 실적 평가에 쓰이는 일종의 성적표인 핵심성과지표(KPI)를 고치기 시작하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이 올해부터 직원에 대한 평가 지표에서 보험 상품 판매 실적을 제외하기로 한 이후 관련 수익이 눈에 띄게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급여 통장과 스마트 뱅킹도 평가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기업은행의 영업력은 일부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통해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를 고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 사태가 터지고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다른 대형 은행보다 한 발 앞서 실험에 나섰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행보란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239억원으로 전년 동기(332억원) 대비 28.0%(93억)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을 합쳐 표현하는 합성어로, 통상 은행 현장 점포에서 이뤄지는 보험 판매를 가리킨다.

이처럼 기업은행의 방카슈랑스 실적이 나빠진 데에는 위축된 보험 시장 여건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1년 새 4분의 1 넘게 깎인 성적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국내 4대 시중은행들 가운데 방카슈랑스 실적이 가장 큰 우리은행의 경우 해당 수수료 수익이 같은 기간 오히려 433억원에서 457억원으로 5.5%(24억원) 늘었다.

기업은행 방카슈랑스 축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핵심성과지표(KPI) 개편이 꼽힌다. KPI는 국내 은행들이 직원들의 실적을 평가할 때 쓰는 일종의 성적표인데, 기업은행은 올해 초 노동조합의 제의에 따라 여기서 방카슈랑스 항목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 직원들로서는 방카슈랑스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개연성이 이전보다 떨어진 셈이다.

기업은행의 KPI 손질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올해 방카슈랑스의 사례처럼 다른 분야의 영업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은행 노사는 내년부터 급여 이체 통장 유치와 스마트뱅킹 영업도 KPI에서 삭제해 가기로 했다. 우선 급여이체는 올해 하반기까지 목표치를 당초보다 30.5% 감축하고 내년에는 지표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또 스마트뱅킹도 목표치를 현행의 절반으로 감축하고, 이 역시 내년에 지표를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 같은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은행원들 사이의 무리한 경쟁 유도로 부작용을 키우는 주범이란 비난을 받아 온 KPI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측면에서다.

기업은행 노조가 KPI 수정을 요구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방카슈랑스와 급여 통장 확보는 은행이 대출 등 영업을 하면서 이와 무관한 예금이나 상품 가입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꺾기의 대표적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급여 이체 통장 이전을 요구하거나, 자사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깔고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은행원들의 잘못된 관행을 KPI가 부추겨 왔다는 비판이다.

특히 몇몇 시중은행에서 불거진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쇼크로 KPI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자 장사에서 한계에 봉착한 은행들이 비(非)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KPI 상 연관 사항들의 비중을 높여 온 것이 논란을 불러온 중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다.

최근 투자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펀드는 독일과 영국 등의 채권 금리와 연계된 DLS다. 이들 국가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가 예상과 달리 급락하자 약정대로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보유한 이 같은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이 4012억원, KEB하나은행이 3876억원 등 총 7888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적인 DLS 영업에 나섰던 배경으로는 비이자이익 늘리기를 위한 실적 압박이 꼽힌다. 은행 비이자이익의 핵심은 상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인데, DLS와 같이 만기가 짧고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들은 상대적으로 거둘 수 있는 수수료가 많다. 이를 노리고 은행들이 KPI를 통해 비이자이익의 중요도를 강조하면서, 은행원들이 수수료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품들을 과도하게 취급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이번 DLS 논란을 계기로 KPI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서비스 만족도와 수익률 개선도 등 고객 중심으로 평가 지표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 상품 전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상품 수익률이 위험 구간에 진입하면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과 함께 고객이 전문가와 직접 상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PI가 과당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불완전판매 위험을 키운다는 경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은행들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영업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인 탓에 포기할 수 없는 카드이기도 했다"며 "기업은행의 시도에 여러 은행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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