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본사 CEO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
특조위 조사단, 현지 방문해 임직원 대면
옥시 전 대표 인도 현지조사는 불발
옥시 본사 레킷벤키저의 신임 최고경영자(CEO)인 락스만 나라시만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따르면 나라시만은 지난달 29일 영국 본사에서 특조위의 다국적기업 현지조사단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홈페이지에 사과 서한을 게재했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 5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여드레간 인도와 영국 현지를 방문해 옥시레킷벤키저의 외국인 임직원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진행했다. 특조위는 이들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과정에 본사가 관여했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듣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방문에 앞서 조사단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지명수배 상태인 거라브 제인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를 조사하고자 인도까지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
제인 전 대표는 옥시에서 2006∼2009년 마케팅본부장, 2010∼2012년 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마케팅 본부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광고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11년 서울대 조모 교수 연구팀에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면서 금품을 주고 '가습기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허위 보고서를 쓰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가습기살균제가 문제가 되자 한국을 떠났고, 이후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의 대면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지명수배했고, 인터폴은 2016년 최고 등급인 적색수배 대상에 올린 상태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제인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했다. 제인 전 대표는 현재 모국인 인도에 머물며 옥시레킷벤키저의 남아시아를 담당하는 선임 부사장(SVP·Senior Vice President)을 맡고 있다.
특조위는 제인 전 대표가 지난 8월 열린 '2019년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도 불참하자 직접 조사를 추진했고, 최근 제인 전 대표 측이 "인도에서 조사받겠다"고 알려 와 조사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조사단 출국 직전 "범죄인 인도 조약 때문에 현지법에 따라 만남이 어렵다"고 통보해 왔고, 조사단이 인도를 방문했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