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대 추락 가시화…수출·투자·소비 동반 부진
국민소득 감소 전환 '빨간불'…떨어져가는 정책 신뢰
성장률 1%대 추락 가시화…수출·투자·소비 동반 부진
국민소득 감소 전환 '빨간불'…떨어져가는 정책 신뢰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 깊은 저성장의 수렁에 빠지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한 해를 보냈다.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하면서 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염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마침내 국민소득까지 역성장으로 돌아서면서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도 표류하는 처지를 면치 못하게 된 가운데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신뢰는 점점 떨어져만 가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2.6~2.7%, 한은은 2.6%의 성장을 예상했지만 이제는 2%대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신세가 됐다.
경제성장률 2%는 우리나라가 외부의 큰 충격 없이 맞이하는 최악의 수치다. 농업이 생산의 중심이었던 가운데 심각한 흉년이 찾아온 1956년(0.7%)과 2차 오일쇼크 시절인 1980년(-1.7%), 외환위기가 몰아닥친 1998(-5.5%),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던 2009년(0.7%)을 제외하고는 최저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지나친 낙관론이란 냉소가 나온다. 대신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최종 성적은 결국 1%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8%, 한국경제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1.9%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1%대까지 내려앉을 것이라 경고해 둔 상태다. 금융권의 시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란 비관론도 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경제 성장률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 연속 1%대 저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점치면서, 1%대 성장 고착화에 대한 시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경제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우선 성장 엔진 역할을 해 오던 수출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과 반도체 업황 둔화의 역풍 등으로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무려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은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 불황은 투자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올해 설비 투자는 7.7%, 건설 투자는 4.0% 마이너스 성장이 점쳐진다. 특히 설비 투자는 올해 들어 10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나 줄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일기도 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감소로 전환했다.
이에 소비 심리로 얼어붙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1.5%)에 비해 크게 낮아진 수준으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떨어지며 저(低)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해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서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언급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경제 지표들의 동반 악화는 끝내 국민소득까지 역성장으로 돌아서게 만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000달러 안팎에 머물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은 유지하겠지만 3만4000달러였던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이자, 이번 정부 들어선 처음이다.
이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책의 기반인 소득에 문제가 생긴 만큼,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재검토 요구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 주도의 자금 투입으로 성장률을 방어하려는 정책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내년에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국내경제도 민간부문의 부진을 정부투자로 상쇄하는 절름발이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가능인구 급감과 투자 부진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이로 인한 글로벌 분업체제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더해지면 성장률 2%대 시대는 조기 종료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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