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강준석·김영문·김경욱 ‘정치 초년병’ 경험에서 밀렸다
공직자 정치권 러시 숨 고르기…정치권 ’장기말’ 되는 수순 피해야
더불어민주당에서 '젊은 기수'로 내걸은 차관급 출신 후보들이 모두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개표 전까지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에서 분투하던 이들은 뚜껑을 열자 근소한 차이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차관급 인사를 대거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결과적으로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대부분 주요 격전지에서 밀리지 않고 버텼다는 평가를 받았다.
차관급 출신들 성적표를 보면 이천시에 출마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45.6%(4만9682)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이낙연 당선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지원유세에 동참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석패했다.
김 후보는 총선 결과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도 많지만 모두 제가 부족한 탓으로 생각한다”며 “무엇보다도 어쩌면 저보다 저를 더 아껴주신 모든 분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돼 죄송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또 김경욱 전 국토교통부 2차관은 충주시에서 44.9%(5만1290표), 김영문 전 관세청장은 울주군에서 43.4%(5만4562표), 강준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부산 남구갑에서 42.5%(3만4778표) 득표율을 보였다. 이밖에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과 기찬수 전 병무청장은 각각 경선에서 탈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으로 인해 차관급 출신들의 정치권 입문 러시를 신중히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위공직자들이 자신의 치적을 바탕으로 전략 없이 정치에 뛰어는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차관급들의 정치권 입문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모두 탈락했다는 것은 유권자들이 더 이상 후보 이름값으로 뽑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차관급들의 경우 오랜 시간 공직에 몸 담았던 인물들이다. 경선을 거치더라도 정치적 감각을 키우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 그만큼 지역 현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참모들에게 의존해 공약을 수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 차관급 출신 국회의원은 “대부분 공직자 출신들은 정치권에서 제안해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자신이 구상한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며 “수직적인 공직사회의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색깔을 얼마나 빨리 벗어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관급들 중 대다수는 ‘구색 맞추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지역이 아닌 격전지나 불리한 지역에 투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칫 정치권 전략에서 차관급을 희생시키는 ‘장기말’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정부에서는 이미 청와대 출신들이 전략 공천이 낙점된 상태여서 장관급이 나설 자리가 부족했다. 그 지역을 차관들이 메운 셈이다.
차관급이 선전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다. 낙마하더라도 당 내부 리스크가 장관급보다 크지 않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차관 출신들이 정치계 이외에 별다른 취업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50대 중후반인 상황에서 일반 직장인들보다 빠르게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결국 선거 시즌만 되면 정치권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전문지식을 활용할 재취업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