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 산업 지각변동 가능성 제기
변화에 민감한 한국, 유리한 조건
공연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공연계는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초유의 불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초유의 사태인 만큼,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턱없이 부족했다. 공연계가 지혜를 모으며 코로나19에 잘 대응해오긴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불황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공연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산업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깊은 고민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공연계는 더 깊은 늪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액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 우선순위부터 정해 단기적, 중기적, 장기적으로 세분화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제작사들의 피해가 커 복구까지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와 함께 진행해온 비즈니스의 타격이 막대하고, 투어공연들도 불투명한 상태다. 국내 공연만의 피해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진정 국면이 되고 피해 규모와 형태가 나오면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그때는 지난 일에 대한 비판보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연계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조속히 공연단체와 전문가를 포함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관련 법규를 재검토해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피해복구를 어떻게 잘 해나갈지가 중요하다. 또 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군데로 모이지 못했던, 산업별 구심점이 없어서 흩어진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한편으로는 공연 영상의 유료화 시장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거란 기대감도 있다. 그동안 시간적 공간적 제약 탓에 대중적인 장르로 인식되지 못했던 공연계에 영상 시장은 또 다른 기회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영화, 공연, 전시 분야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대신 넷플릭스 등 온라인 콘텐츠가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문제는 아직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은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공연의 현장성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박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결국엔 또 다른 시장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이는 공연에 이익이 되는 형태가 될 거란 전망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공연은 현장 예술로서의 속성이 있지만, 신기술과 결합했을 때 확장될 수 있다"면서 "공연은 공연대로 지속되고, 영상은 부가가치로서 확장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 공연 시장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 교수는 "새로운 도전이 담겨 있는 콘텐츠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온 한국은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