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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히든캐스트⑤]김의환 “앙상블에 대한 인식 변화, 배우들의 몫”


입력 2020.04.30 00:02 수정 2020.08.07 14: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코로나19로 갑작스러운 백수 생활, 힘든 시간 보내고 있어"

전통과 현대극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 자랑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배우 김의환

뮤지컬 배우 김의환은 훤칠한 키와 다부진 체격, 훈훈한 외모 덕에 무대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여기에 전통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까지 자랑한다. 2017년 뮤지컬 ‘적벽’을 시작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이후 연극 ‘철학하는 몸’(2017), 음악극 ‘까막눈의 왕’,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17) ‘젊음의 행진’(2018) ‘적벽’(2019) ‘아이언마스크’(2019) ‘셜록홈즈: 사라진 아이들’(2019) 등에 출연했다.


올해로 데뷔 4년차를 맞은 뮤지컬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배우에겐 휴식은 지독한 시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쉴 틈 없이 오디션을 보고, 무대에 오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뜻을 다 표현하기 힘들지만 한 마디로 ‘좋은 배우’를 목표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김의환이다.


-뮤지컬 무대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좀 늦은 시기인 고등학교 3학년 때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 축제에서 노래하고 주목받았던 기억이 인상 깊었는지 고3 여름방학 때 결국 연기과 입시를 시작하게 됐죠. 안타깝게도 지원했던 학교 모두 낙방하고 재수 끝에 중앙대학교 연희예술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습니다.


-첫 무대가 2017년인데요. 어떤 경로로 출연하게 됐나요.


조금 독특한 학과를 졸업했어요. 전공은 전통예술이고요. 한마디로 국악이죠. 국악이라는 장르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창극과 같이 연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중앙대 국악과 안에 작은 연기전공이 생겼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곳으로 진학하게 되었고 학교에서 국악을 배우고 연기와 노래, 춤 등 뮤지컬 기본 소양도 같이 배웠습니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니 학교에서 올린 공연으로 대회에서 수상도 하고, 정동극장에서 작품을 데려가 졸업과 동시에 프로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프로 무대에 처음 섰던 당시의 소감도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관객을 만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생각했어요. 학교라는 울타리 덕분에 얻은 기회지만 배우로서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순수하게 배우라는 직업을 즐겼던 시간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작품입니다. 데뷔작은 아니지만 첫사랑 같은 진한 감동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메인 배우가 두 시간 가까이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작품이라 감정적으로 지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에요.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느낌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때 당시 작품을 하면서 힘들어 했던 배우들이 많고, 저도 당시 우울증이 생겼고 헤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럼에도 그 작품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무조건 다시 할 겁니다. 정말 따뜻한 작품이었거든요. 참 아이러니하죠? 하하.


ⓒ배우 김의환

-지난해 뮤지컬 ‘적벽’에서는 앙상블이 아닌 메인 배우로서 참여했습니다.


네, 2017년 ‘적벽’에서 장비 역을 맡은 이후 2년 동안 뮤지컬 앙상블로 여러 작품을 경험하고 2년 후 ‘적벽’의 유비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2년간 앙상블을 하며 얻었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다시 작품을 만나니 더 새롭고 자신감 있게 작품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역할이 메인배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작품을 하지는 않습니다. 작품의 매력과 힘이 메인배우가 아닌 전체적인 앙상블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초반엔 국악 관련 무대에 많이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대학교 전공의 영향이겠죠?


네. 학교에서 국악 관련 수업을 전공으로 들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 같이 작업하자는 제의가 많았습니다. 연기 전공이지만 국악을 나름 흉내 낼 줄 아는 배우가 필요할 때 특히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입니다. 저 또한 자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즐겁게 무대에 올랐던 것 같습니다.


-전통극과 현대극을 오가려면 창법이나 움직임 등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생각보다 전통극과 현대극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말투와 어휘 그리고 움직임에서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저는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다행히 지금은 전통, 현대 할 것 없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름을 독특함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하하.


-전공분야 외에도 현대무용, 성악 등 다양한 분야를 접했네요.


네. 저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기 위해 학교에 갔고 학교에서도 성악, 연기, 현대무용, 뮤지컬 등의 수업이 있었습니다. 뮤지컬 배우가 먼저이고 국악을 ‘덕분에’ 배운 느낌 이랄까요. 생각보다 학교에서 뮤지컬 배우를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이 잘 잡혀있더라고요. 오히려 국악이 너무 재밌고 배우로서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덕분에 대극장 뮤지컬에서도 앙상블 배우로 설 수 있었던 거겠죠. 뮤지컬에서 ‘앙상블 배우’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자면요?


작품의 퀄리티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고급스럽게 하는데 앙상블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고급스런 작품 위에서 메인 배우들이 멋지게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면 정말 훌륭한 작품이 되겠죠?


ⓒ배우 김의환

-앙상블 배우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관심을 받을 때 입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 알아봐 준다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죠. 가끔 제게 편지를 써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어요. “배우님 팬이라서 좋아요”라는 글이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커튼콜 때 뒤에 서있어도 저만 보고 계시는 분들도 계세요. 정말 감사하죠. 좋은 작품과 열정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앙상블 배우에 대한 인식과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관객들의 인식은 바뀔 필요 없어요. 관객들의 인식은 배우들이 바꾸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뮤지컬 업계에서 앙상블 배우에 대한 대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최악의 회사 같은 경우 앙상블 배우를 소모품 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조금 더 싸고 적당히 잘 해줄 수 있는 배우를 골라 쓰는 거죠. 그러다 보니 앙상블 배우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떨어지고 그게 바로 관객들의 인식을 좌우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앙상블 배우들 대부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하하.


-2019년에는 무려 세 작품에 참여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요?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작품 연습을 하다보면 저절로 체력관리가 돼요. 춤과 노래, 연기를 소화하다보니 저절로 기초대사량도 늘고 건강해집니다. 물론 허리나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하지만 배우를 오래 하기 위해 여러 잡지식들(?)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어요. 사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요. 오히려 일이 없는 게 배우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죠. 졸업 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반년만 쉰다고 해도, 참 지독한 시간일 것 같네요. 작품을 많이 하고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건 배우에겐 축복과도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참여하던 공연이 중단됐다고 들었습니다. 배우로서 피해를 실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네요.


피부 말고 뼈로 느끼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보수가 많지 않은 직업인데 많은 배우들이 쉬고 있어요. 저도 하고 있던 공연이 초반에 코로나19로 인해 멈추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백수가 됐고요. 다음 작품을 구하려면 오디션을 봐야하고, 합격한다고 해도 공연이 올라가기 까지는 3개월 정도 걸릴 텐데.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힘든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배우로서의 최종목표도 궁금합니다.


뮤지컬 ‘맨오브 라만차’에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역을 하고 싶습니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어요. 작품을 너무 좋아하고 그 인물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꼭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미친 짓입니까? 정말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고 사는 겁니다”라는 대사를 좋아해요.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없습니다. 그저 정의 내릴 수 없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네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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