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만에 상장사 73% 목표가 상향 이어져
조선업·전자장비·반도체 등의 목표가 크게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면서 주식시장이 V자 반등에 성공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아 벌써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증권가들은 이달 들어 상장사들의 목표가를 잇따라 높이고 있는데 정점에 이르러서야 뒷북 상향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 변동이 일어난 종목은 총 120곳(유가증권+코스닥상장사) 인데 이 중 88곳이 목표주가 상향이 이뤄졌다. 이는 전체 목표주가 변동이 발생한 전체 기업의 73%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만 해도 기업들의 목표주가 상향 기업이 48개사에 그쳤는데 이는 전체 40% 정도 수준이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각 종목의 주가 상승을 예상한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증권사들은 상장사들의 목표주가를 제대로 추산하기 어려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을 당시에 경제재개에 대한 기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발 지원책이 본격화되고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자 증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 코스피는 2000선에 진입했고 이달들어 내내 강세흐름을 보이면서 상승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대비 6.77포인트(0.31%) 상승한 2195.69에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불확실성과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코스피 상승폭도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대비 높아진 밸류에이션 압박으로 단기적으로 코스피 지수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춰야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사실성 증시가 V자 반등을 한 시점에서 눈높이를 낮춰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주가 상향이 뒤늦게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일 대비 현재기준 목표주가가 가장 높아진 종목은 조선업이다. 선박엔진 제조업체 HSD엔진의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 1일 5500원에서 현재 기준 6833원으로 24.2%가 올랐다.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기간 2만275원에서 현재 기준 2만3088원으로 목표주가 상승률은 13.87%에 이른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 2일 카타르에서 23조원이 넘는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프로젝트를 따내는 ‘잭팟’을 터뜨렸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3일 2만9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평균 목표주가를 상회하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대우조선해양은 0.54% 하락한 2만7800원을 기록했고 HSD엔진도 전장대비 2.52% 빠진 5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선업 외에 전자장비 및 기기업종이나 반도체 및 관련장비업체들의 목표주가가 이달 초 대비 대부분 올렸지만 실제 주가는 하락 마감했다. 조선주 뱃고동이 얼마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용 로봇 성장성이 대두되면서 전자장비업체 고영에 대한 목표주가가 줄 상향됐다. 고영은 이달 1일 8만5100원에서 지난 9일 9만8900원으로 목표가가 16.22%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고영이 의료용 로봇에서 첫 매출이 발생하며 향후 성장성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고영은 전장대비 1400원(1.33%) 하락한 10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추세적 반등국면이 아닌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리먼사태 이후 최고치인 11배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고평가 얘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역대금 저금리와 유동성 팽창이 있음을 감안할때 현재 PER은 적정수준이며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