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아파트 버리고 반포 아파트 아낀 영민한 계산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생활화된 문 정부 고위직 전형
청와대 비서실장 노영민은 요사이 며칠 무척 고민을 많이 하고 바쁘게 움직였을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공을 위한 솔선수범 차원에서 지난 해 말과 지난 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참모들에게 다주택자는 집 1채만 남기고 팔라는 ‘권고’를 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그동안 ‘팔지 못하고’(본인의 해명이 “팔려고 노력했으나 안 팔려 최근 급매물로 내놨다”이다) 6개월을 보냈다.
문제는 급매물로 간택(揀擇)한 대상이 자신의 3선 지역구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40평대 아파트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20평대 아파트는 아껴 놓았다. 현재 시세(그의 재산신고만으로도 5억-2억원 차이)로도 그렇고 미래 가격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기에 이는 한 사람의 국민인 노영민을 탓할 수는 없다.
그가 청와대 비서실장이고, 정부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을 강조한 인물이기에 이 자리에서 도마 위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문재인의 복심(腹心)이라는 비서실장 노영민(盧英敏)은 한자 이름답게도 참으로 영민(英敏)한 선택을 했다.
유명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국회 상임위원장 시절 산자위 산하 공기업에 자신의 시집 판매를 위해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놓고, 가짜 영수증을 발행해 4선 도전을 포기하게 되는 마케팅 수완을 보이기도 했었다.
노른자위 반포는 갖고, 자신의 지역구였거나 말거나, 그리고 앞으로 충북도지사에 출마할 계획이거나 말거나, 우선은 급하니(자신이 제시한 6개월 시한이 도래해) 값이 더 싸고 투자 가치도 떨어지는 청주 아파트를 버린 그의 취사선택(取捨選擇)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런 값싼 이해타산으로 어떻게 일국을 이끄는 자리에 있을 수 있고, 또 어떻게 부동산 같은 중요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는 이 아파트 매각 계획 발표를 하면서 몇 가지 더 잔 기교(奇巧)를 부렸다. 반포 아파트 가격이 가장 최근 거래가 기준으로 15억원이 넘는데도 5억원이라고 했다. 법에 재산신고 기준이 공시가 또는 구입가로 돼 있으니 이건 그의 고의가 아니라고 치자.
그러나 그 평수를 13.8평이라고 가장 작은 평수로 보일 수 있는 기준을 ‘선택’했다. 공급면적(공용공간 포함) 20.4평 대신 전용면적(거주자만의 사용 면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아파트 평수는 일반적으로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말한다. 어찌됐든 20평이나 13평이나 소형 아파트이기는 마찬가지이고, 한국의 여유 있는 60대 시민이 이만한 작은 아파트 한 채 더 갖고 있는 건 지극히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노영민은 그 7평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썼는가 이 말이다.
어차피 솔선수범(率先垂範)이라는 자율을 강요하는 타율적 용어 사용부터가 그 정책의 실패를 예약하고 있었다. 지금이 3공, 5공도 아니고 공무원들에게 집을 팔라 말라 하는 게 도대체 말이 안 되고 매우 권위주의적인 발상의 소산이다.
합리적인 중과세 정책 등으로 자신에게 이익보다는 손해가 될 것 같으면 팔지 말라고 해도 제2주택, 제3주택은 팔게 될 것이다. 선진국의 부동산 정책이 그렇다. 일부 대도시의 경우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선진국도 부동산에 관한 한 묘수(妙手)는 없는 게 현실이지만, 적어도 다주택자는 한국보다 현저히 적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많이 갖고 있어봐야 세금만 많이 내고(재산세와 임대 소득세가 아주 많다) 유지비만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수선비가 많고 소유자 부담이다) 투자나 투기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국은 이와 반대로 아파트가 예금 통장보다 더 확실하고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안전하고, 세금 부담이 적고, 유지비가 거의 안 드는(들어가게 될 쯤에는 조기 재건축이 추진돼 재산 가치가 더 늘어난다) 효자 투자 상품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이 정부에서만 21차례나 했다는 단편적 규제들로 누더기가 되고 근본적인 것(예컨대 노영민이 소유한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세를 잡는)은 건드리지 못하는 정책 대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느리지만 확실히(Slowly but surely) 추진해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자가 되려면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해야 하고, 위장전입 반드시 해야 하고, 병역을 요령껏 피해야 하며, 논문 표절 음주운전 탈세 등도 저질러야 한다는 이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조롱이 회자(膾炙)된 지는 오래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중에 현재까지도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18명(오피스텔 소유자 포함)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잘못하면 위장전입 경력이 있는 부인을 둔 사람(이낙연)이 다음에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게 생겼다. 운동권 출신이건 고시 출신이건 언론계 출신이건 정부의 높은 자리에 있거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들의 숨은 이력은 이제 안 봐도 아는 정도에 이르러 있다. 그래서 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겠다는 이 정권의 속셈이 너무나 잘 이해가 간다.
자격이 없는, 법을 위반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자들을 걸러내는 국가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선거로 심판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유권자들이 또 이 사람들을 다 뽑아 준다. 진영 논리로 투표를 하기 때문이다. 내 편이면 무조건 찍는다. 하긴 후보자들 중에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의 전력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선거로도 심판할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준법 및 도덕 불감증이 팬데믹(Pandemic, 감염병의 대유행)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