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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마음에 없는 당규 없애고 맘놓고 공천하라


입력 2020.07.24 08:30 수정 2020.07.24 07:59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의 무공천 말 바꾸기는 예정됐던 것

지킬 생각 없는 당규 뜯어 고치는 게 낫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에서 대법원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선고와 관련해 입장 발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경기도지사 이재명은 거기까지였다.


대법원의 파기환송(그의 정신질환 친형 강제입원 거짓말 관련) 판결이 나오자 기세가 등등해져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소신 발언을 잇달아 발사, “역시 색깔이 없는 이낙연 보다 낫다”"는 갈채를 팬들로부터 받으며 대권 주자 호감도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 사이 격차를 바짝 좁히면서 긴장도를 높였으나 스스로 끈을 잘라 그 긴장을 풀어 버렸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는 아니지 않는가?”라며 1주택자 보유세 부담 문제의 핵심을 짚은 다음, 성 비위(非違)로 시장들이 유고가 된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서는 장사꾼의 신뢰까지 예로 들며 “당규에도 적어 놓았으니 민주당에서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라고 호기롭게 얘기했다.


직설(直說)이라면 지지 않는 동료 의원 정청래가 곧바로 반격했다. “어려운 시기에 혼자 멋있기 운동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의 대권을 향한 잠재적 경쟁자인 당 대표 후보 이낙연도 내내 ‘엄중’하게만 주요 쟁점들을 보아 오다 이번엔 작심하고 한마디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뒤에 오는 것을 먼저 끄집어내서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


그 사이에 친문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와 비난도 받았을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그것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의견이 많으면 위축되게 된다. 이때 그 사람의 그릇이 나오는 법이다. 마침내 현 당대표 이해찬의 언급이 전해졌다. “무공천 발언은 성급했다. 보궐선거가 내년 4월인데, 다음 지도부가 결정할 일을 지금 꺼내봤자 논쟁의 효과가 없고 계속 시끄럽기만 할 것이다.”


다음 지도부를 이끌게 될 사람은 지금으로서는 이낙연이 유력하다. 그는 위에 인용한 대로 무공천 생각이 없어 보인다. 말하자면 현재와 미래 민주당 지도부는 누가 그 말을 꺼낼까봐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오다 이재명의 소신 발언을 맞았고, 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보도로 미루어 보건대, 그 당헌, 당규란 ‘당 소속 현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궐위(闕位)가 된 경우 당은 그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정도로 규정돼 있는 듯하다.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구속하는 이 규정을 강요한 국민은 아무도 없다. 자기들이 정청래 말처럼 ‘멋있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을 만들어 놓았는데, 정작 그런 상황이 되니 피하고 싶어 할 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 하나쯤은 간단히, ‘도덕적 책임’ 감수를 위해 버릴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은 다르다. 더욱이 수도 서울과 제2도시 부산 시장인지라. 그 막강한 권력과 산하기관을 포함한 취직자리가 수백 개일 텐데, 그걸 어떻게 이 사람들이 포기하겠는가?


그러므로 마음에도 없는, 그저 멋있게 보이려고 장식품처럼 말을 꾸며 놓은 당헌, 당규는 이번 기회에 뜯어 고치거나 없애는 게 낫다. 그리고 떳떳하게,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받지도 말고 마음껏 공천하도록 해야 한다. 뻔뻔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걸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들이 얼굴에 철판 깔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어디 어제오늘 일이었고, 한두 번에 그쳤는가?


사실 논리적으로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부산시장 오거돈이나 서울시장 박원순의 성범죄가 민주당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그들 개인의 문제이지 당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정청래가 민주당 후보로 나와 서울시장이 됐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더 큰 게 일어났을 수도 있다.)


보수 당(미래통합당) 쪽에서도, 그 말을 믿지도 않겠지만, 진보 당(더불어민주당)의 무공천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정정당당하게 대결해도 승산이 있고, 무공천한다고 해놓고 온갖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실상 출전하게 되는 결과도 대하기에 피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소신 발언을 하면서도 당과 지지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혼자 멋있기’ 공연을 한 다음 빠져 나올 수(手)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공천으로 인해 정치적 손실이 너무나 커 그것을 견디지 못할 것 같으면”이라고 전제를 달아 당규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하고, 그러려면 국민에게 석고대죄를 먼저 해야 한다고 한 대목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는 이해찬의 비판 후 의견이지 주장은 아니었다고 꼬리를 내리면서 “적폐세력의 귀환을 막기 위해” 공천을 해야 한다면 해야 할 것이라고 진영 지지자들이 마음에 들어 할 말을 골라서 했다.


석고대죄(席藁待罪, 거적을 깔고 벌주기를 기다린다)란 말도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걸 더 이상 원치 않는 국민들이 많다. 유권자의 벌을 기다린다면서 왜 후보는 내는가? 낙선의 벌을 바라면서 선거에 나선다는 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 기만(欺瞞)이다.


다수 국민은 보수 당의 단골 대여 투쟁 수단인 삭발이나 단식에 거부감을 보인다. 보수당 전 대표 박근혜가 한 ‘천막당사’ 같은 쇼(Show, 일부러 꾸미는 짓)도 지금 또 하면 박수를 받지 못할 것이다. TV 카메라 앞에 줄줄이 서 참회한다는 절을 하는 것도, 좀 심하게 말하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보수우파도 거짓 공연일랑 할 생각 절대로 말아야 하고 진보좌파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 만큼 알고 있으니, 위선의 탈을 벗어 던져라. 그리하여 평소 행동한 대로, 공부한 대로 성적을 받도록 해라.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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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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