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코로나 기승에 마이너스 전환 전례
유통‧수출 실적 하락 등 벌써 부정적 지표
경제회복‧방역 ‘딜레마’‥비대면‧IT 육성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가 가장 기승을 부렸던 지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전망한 ‘3분기 성장률은 플러스(+) 전환’은 장밋빛 기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크다.
코로나 확산 추이가 우리 경제에 미친 여파는 상당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1.4%, 2분기 –3.3%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국 경제가 1‧2분기 역성장을 벗어나 3분기에는 경제 성장률 플러스 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4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대중국 수출이 2개월 연속 증가했고, 대미 수출도 지난달 플러스로 전환해 수출 개선세가 유지된다면 3분기에 플러스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8대 할인소비쿠폰’ 발급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여름휴가 기간인 7∼8월은 관광·숙박 성수기인 데다 비수기가 시작되는 9월에 외식과 문화 소비 쿠폰을 풀면 침체됐던 소비 전반이 살아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할인소비쿠폰이 사용되면 3분기에 9000억원 가량의 내수가 일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관측을 무색케 하듯 이달 들어 코로나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경제 지표들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3단계 격상 땐 일상이 정지되고 일자리가 무너지며 실로 막대한 경제 타격을 감내해야 한다”면서 고심을 내비쳤다.
잠잠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유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으로 확대된 21~23일, 백화점 3사와 복합쇼핑몰, 아웃렛 매출은 지난해 같은 주 주말에 견줘 두 자릿수 이상 급감했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이 25% 감소했고,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매출도 각각 15.4%, 12.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미미하게나마 회복세를 보였던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이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수출 실적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231억 달러에 그쳤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실적도 전년보다 3.7% 줄어든 16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월별 기준 2월 4.3% 증가→3월 -0.7%→4월 -25.1%→5월 -23.6%→6월 -10.9%→7월 -7.1%로 5개월 연속 감소세였는데 이달 실적도 플러스 전환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 안팎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국내 코로나 재확산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나리오에선 올해 성장률을 –0.2%로 내다봤지만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시나리오에선 성장률이 -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단계 격상에 대한 필요까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소비 장려 정책을 좀 더 신중히 펼쳤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10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이 강제되는 3단계는 사실상 ‘셧다운(shut down)’이나 다름없어 실제 시행될 경우 소비·생산·투자 등 경제활동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회복 관건은 내수에 달려 있지만 현재와 같이 코로나 확산 기점엔 방역이 최우선이다. 그 가운데서 키를 쥔 정부가 조절 역량을 발휘하느냐가 경제 회복의 키워드라는 분석이다. 또한 비대면 소비로 전환하는 방안, 코로나19에 수혜를 입은 IT 분야를 육성하는 방안도 경기부양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상반기 내수 경기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긴급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관련해 "재정 부담도 크고 효과도 파악 해야 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도 "예비비 등으로 충분히 충당이 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