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에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리스크 수습' 매달린 한해
'책임 면피용' 과잉 처벌 논란도…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 250조
금융당국은 올해 사모펀드 사태를 둘러싼 부실 관리‧감독 책임론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올해 금융당국의 최대 이슈는 단연 '사모펀드 사태 수습'이었다. 올해 라임·옵티머스를 포함해 환매가 연기된 펀드가 360개에 달하면서 금융당국의 감독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에 시달려야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전·현직 직원들의 사모펀드 사태 연루 의혹으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에서 지난해 보다 한 단계 떨어진 4등급으로 추락했다. 최하위인 5등급은 면했으나 평가 기관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금감원은 국민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등 감독기관으로서 신뢰도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실제 금감원은 전·현직 직원 4명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됐다. 금감원 출신 전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고 문건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고, 윤모 전 국장은 옵티머스 대표에게 금융권 인사를 소개해 주는 대가 등으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와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여기에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감독당국으로서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 10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가 청구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이 받아들이면서 비롯됐다. 옵티머스 사태가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정치적 사안인 만큼, 내년 초 예상되는 감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대한 수위 높은 제재안을 내놓으며 '면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 책임을 물어 KB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등 3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실상 금융권 퇴출을 의미하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펀드사태의 책임을 금융사에만 돌리려는 '면피용'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모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시은 내년 1분기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6개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주요 사모펀드 투자자와 판매사 간 분쟁 조정도 내년 상반기 착수하기로 했다. 통상 손실액이 확정된 이후 손해배상이 가능하지만, 금감원은 손실액을 추정해 미리 배상한 뒤 사후정산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코로나19 전폭적 금융지원 '호평'…뜨거운 관치 논란에 진땀
아울러 금융당국은 올해 코로나19 여파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폭적인 금융지원 정책을 폈다. 금융위원회는 정부의 지원 방침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이후 2월 7일부터 11월 20일까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개인에 대해 250조 9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부실폭탄'우려도 적지 않지만,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선제적 조치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위기 극복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같은 지원 조치의 연착륙 방안을 다음달부터 금융권·산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꺾일지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대출 만기 재연장 등의 가능성도 열어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관치 논란'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금융당국과 정부여당이 은행권에 신용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하를 요구한 데 이어 연말 배당 자제를 권고하면서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최근 금감원이 주요 금융지주에 배당성향을 20% 안팎으로 하라고 권고하자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데, 금융권이 잘 버텼다"면서 "내년에도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 급증세는 관리하되, 코로나19로 충격으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계층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자는 기조"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펀드사태로 떨어진 당국 신뢰도를 높이는 게 내년도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