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기 위한 법률인 이른바 금산분리법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삼성생명이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인 삼성생명이 비(非)금융사인 삼성전자 주식을 30조원 어치나 들고 있는 현실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 왔는데, 정부가 나서 이를 해결해주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쟁점이 되는 건 어디까지나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제한하는 법률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 뿐, 금산분리법과는 무관한 영역이란 해석이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새 정부 금융규제 혁신의 일환으로 금산분리법 개선이 추진된다. 금산분리로 인해 묶여 있는 자회사 투자나 부수 업무 범위를 확장해 금융사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금산분리법은 금융과 산업 자본이 상호 간 일정 정도 이상의 지분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원칙이다. 자·손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한도 규제가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금산분리법이 완화되면 삼성생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금융사가 비금융사 지분을 보다 많이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서도 면죄부가 주어지는 셈 아니냐는 의문부호다.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시장 가치는 30조원을 웃돈다. 주식 수로 보면 보통주와 우선주가 각각 5억2202만주와 59만주다. 전날 코스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31조7700억여원에 이르는 양이다.
액수로만 놓고 보면 상당한 규모이지만, 금산분리법상 규제 대상은 아니다. 관련법이 정해둔 지분율 상한을 넘기진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법에 반영된 금산분리 규정은 은행과 마찬가지로 비금융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 지분율은 각각 8.74%와 0.08%로 이를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사이의 지분 구조는 현행 금산분리법으로도 저촉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 금산분리법 완화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를 더욱 용이하게 할 것이란 주장이 어디까지나 오해인 이유다.
그럼에도 이 지분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 온 까닭은 보험업법 내 또 다른 규제 때문이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특정 자회사에 과도하게 투자함으로써 자산운용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산인 328조590억원와 비교했을 때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의 시장 가치는 10%에 육박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건 해당 규정이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를 잣대로 삼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는 보험사 보유 주식의 자산 평가를 시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렇게 가치를 다시 매겨 자산 대비 3%를 넘어서는 부분을 매각토록 하는 내용의 입법이 발의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10조원 어치도 갖고 있지 못하게 된다. 나머지 20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치워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이슈는 금산분리가 아닌 자산운용 비율 규제에 따른 사안인 만큼, 이번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