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4개월 이어진 '與 혼란'에 종지부
'위기' 넘어 '정비'에 박차…당내 장악력↑
野, 대통령실과 격의 없는 소통 가능성도
강점…위기수습 후 당권 도전 여부에 촉각
국내 정치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정치인은 하나 같이 위기 수습에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나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뚝심의 리더십으로 풀어내면 민심과 당심이 한 곳으로 모이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 꼽히고 있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위기에 강한 뚝심 있는 정치인으로는 손색없는 인물로 꼽힌다.
정 위원장의 뚝심은 이미 유명하다. 지난 2016년 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비대위원장을 겸직했던 정 위원장은 당시 최고조로 치달았던 친박, 비박 간 갈등을 끝내기 위해 당내 계파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중앙선 정치'를 선언했다. 이런 정 위원장의 뚝심은 원 구성 협상, 복당 논의, 예산안 협의 등 중개국면에서 소기의 성과로 나타났고, 결국 난제를 잘 풀어냈다는 평가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뚝심있는 면모는 이번 비대위 출발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달 7일 새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되자마자 정 위원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국회부의장을 내려놓겠단 의사를 표명한 것이었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에 대한 제한 조건이 없고, 정의화·박주선 전 부의장 등이 겸직한 선례가 있어 겸직에 문제가 없음에도 정 위원장은 "겸임은 안한다. 겸임은 제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당에서도 이번 정 위원장의 뚝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6일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각하한 이후 정 위원장의 첫 행보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을 찾는 것이었다. 정 위원장은 국정감사 중임에도 당 통합을 위해 지난 13일 비대위 회의를 대구에서 개최하고 "집권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부족함으로 걱정 끼친 점, 송구스럽다"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향후 정 위원장이 특유의 뚝심으로 추진할 건은 '당 내부 정비'다. 정 위원장은 국감 종료 이후 전국 사고당협 67곳의 당협위원장 선출을 위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가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당내 혼란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니 내부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이유에서다. 또 정 위원장은 전국 당협 235곳을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를 통해 당외 상황까지 확실히 정비하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당 안팎에선 정 위원장의 이번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데 성공하면 직접 차기 당권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5선 중진인데다 원내대표와 두 차례에 걸친 비대위원장직 수행으로 원내 입지는 확고하기 때문이다. 또 국회부의장, 국회사무총장 등을 거치면서 야당과의 갈등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점 역시 강점이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경험과 '고향 친구'인 현 윤석열 대통령과의 격의 없는 소통이 가능한 만큼 대통령실과의 의견 조율 역시 문제가 없을 것이란 평가다.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4·7재보선과 6·1지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으며 선거 승리를 이끈 바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이후 치러진 지난해 4·7재보선에서 정 위원장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100% 국민공천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역대급 압승을 이끌어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걸어온 길이나 뚝심있는 협상력 등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의문의 여지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도 "유일한 문제는 비대위원장이 곧바로 당권에 도전한 전례가 없다는 점인데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만큼 정 위원장이 위기수습을 통한 당 장악력을 높인다면 당권 도전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