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추천 국가인권위원만 부결…與 "본회의장서 사기 당했다"

한석훈 선출안, 민주당 주도 부결…찬 119표·반 173표

야당 추천 이숙진만 가결돼…국힘 항의 거세지며 정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만 부결되자 의석에서 일어나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며 정회를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 추천 몫의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부결됐다. 통상 여야 합의로 각각의 인권위원 선출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만, 한 교수에 대한 선출안만 부결되면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격렬히 항의해 본회의가 정회되는 사태로 번졌다.

26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 교수에 대한 선출안은 전체 298표 중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반대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야당이 인권위원으로 추천한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혼자 선출됐다.

인권위는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인권위원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각각 4명, 3명을 지명하고 국회가 여야 각 2명씩 4명을 선출한다.

한 교수에 대한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너무하다" "합의했으면 합의한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 "양심불량들"이라며 고성을 질렀다.

민주당 의원들은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 "자유표결이었다"고 맞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당초 생각한 것이랑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으니 이에 대해 의원들이 완전히 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설명을 하고 총의를 모아야 한다"며 정회를 요청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권위원에 대한 부적절하다는 자유발언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있었다"고 설명하며 "국민의힘 뜻대로 안 나오면 보이콧 한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양측 고성이 이어지자 결국 우 의장은 15분 간 정회를 선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가 속개된 뒤 의사진행발언에서 "경찰청으로부터 국감 자료를 받아보니 사기 범죄가 늘어났다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가 사기를 당했다.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면서 "이런 국회에서 우리가 더 의정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과 의사일정을 상세히 협의했고 양당이 인권위원을 선출하는 것을 합의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뒤이은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하면서 "(국민의힘이 아니라) 국민이 사기를 당했다. 윤석열정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석에서 박 원내수석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연호하며 격렬한 항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