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소매유통업체 300개 대상 '2025 유통산업 전망' 조사
응답업체 66.3%, 내년 유통시장 '부정' 전망…소비심리 위축‧고물가 원인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매유통시장이 내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소매유통업체 300개 대상)’ 결과에 따르면, 내년 소매시장은 올해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응답업체의 66.3%는 내년 유통시장이 올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부정평가의 이유로는 소비심리 위축(63.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증가(38.2%), 시장경쟁 심화(34.2%), 소득·임금 불안(24.2%) 순이었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인상 우려, 고환율 등으로 최근 국내 경제와 기업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소매유통업계가 체감하는 불안감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온라인쇼핑(2.6%)이 업태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부정적(64.6%)으로 평가하는 업체가 더 많았고, 그 이유로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78.7%), 비용상승(63.8%), 차이나커머스 국내 진출확대(51.1%) 등을 들었다.
대형마트업계는 내년 시장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대형마트 3개 중 2개 업체(64.2%)는 내년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온라인과의 경쟁심화(94.1%),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 둔화(55.9%), 할인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50.0%) 등을 꼽았다.
백화점업계에서 전망한 내년 시장 성장률은 0.3%였다. 내년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는 68.4%였으며, 그 이유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53.8%), 고물가·고금리로 합리적 소비성향 확산(15.4%) 등을 제시했다.
편의점업계(–0.3%)도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업태 중 부정적 전망 비중이 70%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내년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위축(86.8%), 인건비 등 비용상승(85.3%), 편의점간 경쟁심화(76.5%) 등을 들었다.
슈퍼마켓업계는 내년 성장률을 –0.7%로 전망했으며, 부정적 전망 비중은 58.7%였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33.3%), 온라인과의 경쟁심화(29.6%) 등을 꼽았다.
한편 ‘2024년 유통업계 10대 이슈’ 조사에서는 ‘고물가·고금리에 소비심리 꽁꽁(60.7%)’이 1위로 선정됐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내수회복이 지연됐고, 하반기에는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출범이 예고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차이나커머스의 공습(54.3%)’이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에는 소위‘알테쉬’로 불리는 알리·테무·쉬인 등 차이나커머스가 초저가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무기로 국내 유통업을 잠식해 나가면서 국내 이커머스업체는 물론 우리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됐다.
3위는‘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21.7%)’가 차지했다. 하반기 들어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지연 문제가 판매자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관련기업 등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4위는 ‘편의점 편장족(19.7%)’이 올랐다. 고물가로 인해 1~2인용 소용량 위주로 집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장보는 사람 이른바‘편장족(편의점 장보기족)’이 늘면서 업계도 기존 간편식품과 가공식품 이외에도 과일과 축산 등 식재료까지 상품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5위는 ‘다이소에서 화장품 산다(18.0%)’가 꼽혔다. 다이소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입점해 접근성이 좋아진데다 매달 수백 개에 달하는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화장품 대기업 빅3도 상품을 공급하기에 이르는 등 상품영역을 확대했다.
이밖에도 SNS기반 마케팅 강화(15.0%), AI 등 신기술 활용 확산(11.3%), 비효율 사업 매각‧정리(11.3%),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확산(10.3%), 점포리뉴얼로 생존 모색(10.9%)이 그 뒤를 이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미국의 우선주의와 수입관세 인상 등의 우려로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2025년을 좌우할 강력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우리 유통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리스크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