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건수 1→8곳 ‘급증’에도 주가 뒷걸음질까지
“순자산의 효율적 재배치 등 총제적 접근 필요”
새해부터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주가는 기대 이하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기업가치제고(밸류업) 흐름이 본격화 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등 단기적 주주환원책보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통한 기업체질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공시를 발표한 상장사는 각각 3곳, 5곳 등 총 8곳으로 전년동기(1곳)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작년 5월 기업 밸류업 공시 시행 이후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크게 늘린 것이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시행 시 유동주식 물량이 감소해 주식가치는 확대되는 것은 물론 소요자금 또한 기업이 보유 중인 현금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이에 통상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 직후 투자심리가 개선되며 주가가 올라야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대 이하 효과를 보이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일 장중 6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에이피알은 공시 이후 주가가 뒷걸음질하고 있다. 에이피알은 지난 15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100원(2.14%) 하락한 5만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공시 이전인 지난 7일(종가 5만4700원) 보다 8.3% 하락한 셈이다.
이 외에 메디톡스(-5.4%)와 상신이디피(-0.8%) 등도 하락했으며 매커스(2.4%)와 DMS(1.4%) 등도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미국 내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면 대부분 바로 소각하는 것에 반해 국내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 없이 보유하거나 현재 보유 주식 대비 소각 규모가 작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작년 국내 증시 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한국거래소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13조9000억원으로 매입 규모인 18조80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메티톡스도 지난 2022년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3년 여 간 7번의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데 반해 정작 소각 결정은 ‘0’건을 기록한 바 있다.
이렇게 쌓인 자사주는 오히려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경영진이 매입한 자사주를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는 경우나 경영권 분쟁시 자사주를 우호세력에게 매각하여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자를 사이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단기적 주주환원을 넘어 순자산의 효율적 재배치, 수익성의 제고 등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재배치를 통해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유지하는 것이 해외 주요 시장에서 초과 시장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국내 기업의) 밸류업을 촉진하기 위해선 좋은 거버넌스를 갖추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본질가치를 개선하기 위한 근원적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