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속 상승…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 반영
완화 전에도 ‘신고가’…수요 유입시 추가 상승 ‘탄력’
노도강·금관구는 하락 여전…“양극화는 시대적 흐름”
서울시가 약 5년 만에 국제복합교류지구(GBC)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서울 내 집값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로 강남권 일대에 투자 수요가 유입돼 거래가 활성화되고 아파트 가격 호가가 오르는 등 가격 상승이 이뤄지면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여전히 약세인 서울 외곽 지역과 간극이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로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더욱 불이 붙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전날인 12일 GBC 인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장·삼·대·청)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재개발·재건축 호재로 상대적으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는 해당 지구 내 14개 단지와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되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소 열기가 식는 듯 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시 꿈틀거리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실시 후 상승폭을 줄여 나가던 서울 아파트값은 4주 연속 보합세(0.00%)를 유지한 바 있으나 5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예고한 뒤 나타난 현상으로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자치구별 상승류를 살펴보면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해제된 송파구는 0.14% 올랐으며 강남구도 0.08% 상승했다.
현장에선 벌써부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수천만 원씩 호가를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대출 규제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집값 양극화 현상이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남권 집값은 반등 후 꾸준히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외곽 지역인 노·도·강과 금·관·구의 아파트 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으로 전고점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강남3구와 상반된 흐름을 보여왔다.
이에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에 추가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서울시 내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잠실 아파트 값이 반등하고 이 분위기가 강남으로 확산된 뒤 서울 전역으로 퍼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강남권 등 아파트 값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강남권에서 신고가가 속출했던 점을 감안하면 집값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세가 오를 대로 오른 가운데 규제 장벽이 사라지며 투자 수요까지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 현대 13차 전용 105㎡는 최고가 50억원에 매매됐으며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도 34억7500만원의 신고가를 썼다.
윤 위원은 “이번 해제로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치동 등에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며 “특히 강남엔 전국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반면 노원·도봉·강북구는 실거주 외에는 뒷받침할 만한 수요가 없는데 이에 따른 자산가격 양극화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 단기적으로 호가가 오를 수 있고 규제에 막혔던 거래도 체결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며 “집값 양극화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