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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호감도 1위, 국민이 우매하기 때문인가


입력 2020.01.04 08:20 수정 2020.01.04 07:06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민주화 계열 세력, 박정희는 '절대악' 분위기 만연

민주화·보수 세력 모두는 지도자 공적과 애국심을 인정할 필요 있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민주화 계열 세력, 박정희는 '절대악' 분위기 만연
민주화·보수 세력 모두는 지도자 공적과 애국심을 인정할 필요 있어야


경북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자료사진) ⓒ데일리안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3일 공개한 전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31% 호감도로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뒤이어 문재인 대통령 23%, 노무현 전 대통령 22%, 김대중 전 대통령 8%,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각각 4%, 김영삼 전 대통령 2% 순이었다.

민주당 성향 또는 진보 성향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 마디로 ‘아주 나쁜 사람’(누리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긴 힘들다)이고 우리나라에서 악행만 저질렀는데 일부 국민이 잘못된 인식으로 박정희를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내용이다.

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에선 보통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슷한 수치로 나란히 1,2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박정희 전 대통령 호감도가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긴 했다. 그래서 더욱 반발이 커졌는데, 지금보다 호감도 수치가 낮게 나왔던 과거 조사 때도 민주화 계열 세력에선 언제나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박정희와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국민을 매도하곤 했다.

민주화 계열 세력 내에서 박정희가 거론될 때면 거의 악마를 놓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박정희가 절대악이라는 것이다. 뼛속까지 친일파에, 미국에도 맹종했고, 권력만 추구했고, 부패환락 속에서 허우적대다 끝을 맞았다는 내용이다. 민주화 세력의 역사관에 근거해 만들어진 박정희 전기 만화판도 박정희를 그런 ‘흉악한 악인’ 정도로만 그렸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박정희에 대한 호감도가 높게 나오는 여론 조사 결과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

이런 민주화 세력 박정희관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경제발전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박정희가 일본과 미국만 섬기면서 권력, 환락에만 빠져 악행을 일삼았는데 어떻게 그 기간 동안에 한국 국민 경제가 발전했단 말인가?

여기에 대해 답으로 나오는 것이 한국 경제는 한국 국민이, 한국 노동자가 근면성실하게 일해서 발전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는 임진왜란 때 똑같은 조선 수군인데 왜 이순신이 지휘할 땐 연전연승하고 원균이 지휘할 땐 참패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지휘자의 역할을 무시하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최근에 한겨레가 조명한 민주화 계열의 현대사 연구자는 중동 특수가 우리에게 큰 기회였는데, 그때 건설부 장관인 김재규가 큰 공을 세웠다고 했다. 또, 당시 김재규가 ‘내가 한 게 아니다. 기업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했다며 결국 ‘정주영 같은 사람이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박정희하고 별 상관이 없다’고 했다. 박정희는 하는 일 없이 환락 속에서 ‘시바스리갈’이나 즐겼다는 관점이다. 이런 중동 특수 덕분에 우리 경제의 근간을 세운 중화학 공업 투자도 가능했다고 했다.

경제성장 계획도 장면 정부가 이미 세운 것을 박정희가 물려받은 것에 불과하니 민주화 세력의 관점에서 박정희는 그저 허깨비일 뿐이다. 경제는 국민과 기업인이 알아서 발전시킨 것이다. 이런 관점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휘자의 역할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다. 똑같은 촉나라 군대여도 제갈공명이 지휘할 땐 오나라가 두렵게 여겼으나, 유비가 지휘하자 오나라에게 참패하고 말았다. 이렇게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 역사의 상식인데 민주화 세력의 박정희관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중화학 공업 투자와 방위산업육성은 박정희의 비상한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재 국산화를 결단한 것보다 훨씬 큰 위험을 감수한 역사적 결단이었다. 현대중공업 초기에 정주영이 주저하는 것을 박정희가 강권해서 배를 만들도록 했다. 국산 무기를 군부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박정희가 강요해서 방위산업을 일으켰다. 현대차에게 국산차를 만들라고 하면서 연관 중소기업을 살리는 방안까지 국가가 다 선도했다.

극히 열악한 환경에서, 극히 한정된 자원을 몇몇 전략 분야에 투입해 경제를 일으켰다. 자기 사익만 추구하며 환락과 부패에 빠진 매국노 지도자가 통치하는 체제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민경제를 일으키고자 하는 진심과 열정,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 부분을 인정해야 민주화 세력 역사관의 빈틈이 메워질 것이다. 박정희가 우리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며 높이 평가하는 국민들은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우매하다고 조롱해봐야 민주화 세력만 더 국민들로부터 멀어진다.

보수 세력도 민주화 세력의 지도자를 종북 매국노로 규정하는 게 문제다. 종북, 즉 이적 매국노가 두 번이나 임기를 마쳤는데 어떻게 우리나라가 패망하지 않았는가? 이것만 봐도 보수가 민주화 지도자를 종북 매국노로 규정하는 게 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역시 비상식적이다. 이런 주장을 할수록 국민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민주화 세력과 보수 세력 모두 상대 지도자의 공적과 애국심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대화가 가능해지고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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